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에서 “금리를 급하게 낮췄다가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정책에 혼선이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통상 생활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0.7%포인트 높다고 본다”며 “생활물가가 결국 기대인플레이션이 될텐데 이 것이 안잡히는 상황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물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물가지수가 2%대에 진입하더라도 기대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지표를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곧바로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때 우리나라는 최대한 관리하며 가급적 천천히 올렸다”며 “올릴 때 천천히 올렸으니 내릴 때 미국·유럽과 속도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늘어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이 총재는 “201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다른 산업 분야의 대출 비중은 늘지 않는데 부동산만 크게 늘었다”며 “우리가 지난 10년을 어떻게 낭비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금융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조금씩 정리해 나가면 관리할 수 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위기가 찾아왔던 과거 사례에 비해 은행권의 건정성이 튼튼하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1%일 것이라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에 대해 “유지될 것 같다”고 말하며 “인구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2%대 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여건 속에서 고성장이 힘들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구조적 요인 해결 없이 재정·통화정책으로만 성장률을 몇 퍼센트 높이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