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가부양책 압박에…한화도 주주환원책 내나

PBR 0.42로 재계 평균 이하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전망

한화생명빌딩 전경. 사진제공=한화

정부가 상장기업에 대해 강력한 주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 지주사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한화그룹과 롯데그룹 등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한화의 움직임이 발 빠른데 조만간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및 명문화 등 주주 환원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재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의 PBR은 0.42로 SK(0.50), LG(0.54)와 비교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지주(0.31)의 PBR은 이보다도 더 낮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라면 보유 자산의 가치보다도 낮게 가치를 저평가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기업의 PBR은 주주 환원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주가가 7~10%가량씩 급등하면서 그나마 개선됐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느끼는 압박이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배당을 제외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다른 지주사들보다 약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여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 지표 비교 공시를 시행하는 것을 비롯해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PBR이 낮은 주요 지주회사들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부 그룹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움직이고 있다. LG는 올해까지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뒤 현재 70%가량을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방안이 추가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 의미의 지주사는 아니지만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지침을 공개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보유 자기 주식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 7563주와 우선주 15만 9835주를 전부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기 때문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 훨씬 강력한 주주 환원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SK 역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 1%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정부 정책변화를 관심있게 보고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같은 적극적 주주 환원책에 더해 지주사 자체의 사업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자금을 투입하는 재무적 노력에 더해 신성장 스토리를 입힐 수 있어야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주 환원은 당연한 기업의 의무이기는 하지만 기업에 따라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게 더 시급한 곳도 있다”며 “정부가 손목 비틀기 식으로 강요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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