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유죄를 선고 받았다. 주 씨의 아들에게 한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등 발언을 정서 학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 씨 측이 자녀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서도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교육계는 현장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로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A 씨에 대해 정서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교육적 목적도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정서 학대와 관련해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라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했다. 곽 판사는 “이 같은 발언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피해자의 정신 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녹취록 확보 과정 역시 문제가 없다며 주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 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피해자는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정서 학대의 특성상 녹음 외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모친의 녹음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변호인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교육계도 특수교육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 과정에서 좀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만 몰래 녹음한 내용으로 처벌한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이번 판결은 ‘교육 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를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명시한 현행 교육부 고시와 제3자에 의한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일반 학생과 한 반에 편성된 특수교육 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해 ‘통합학급’에 특수교사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