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불발…경제 살리기 법안 끝내 외면할 건가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1일 중대재해법 적용 시점을 2년 늦추는 대신 야당에서 요구해온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후 개청하는 타협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여당의 절충안을 논의한 끝에 이를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중소기업인들의 간절한 호소와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에 따른 후폭풍을 애써 외면한 처사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자신들이 제시했던 정부 사과와 재정 지원, 2년 뒤 시행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또 다른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마저 여권에서 수용 결단을 내리자 “노동자의 안전을 더 우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걷어차버렸다. 산업 현장의 안전이 아니라 기득권 노조의 표심을 의식해 트집을 잡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은 애매모호하고 과도한 처벌 규정 등으로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몰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고 현장을 찾은 후 “근로자 한 분이 ‘사업주가 수사받고 구속되거나 폐업되면 남은 우리도 생계가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무리한 법 시행으로 영세 사업장이 폐업에 이르게 되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야당이 고용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법안을 끝내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심판’을 외치는 정쟁에 매달려 국회 본연의 임무인 경제·민생 법안 처리를 방기해왔다. 방위산업체의 수출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6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표류하고 있다. 반면 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에서 매입해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거대 야당이 경제와 민생을 외면하고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 처리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19일부터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경제 살리기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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