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50년 F-4 ‘팬텀’ 이제 퇴역하는 이유…평양 정밀타격 장거리미사일 ‘팝아이’ 유일 운용[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F-4 공중전·지상폭격 등 전천후 전폭기
112㎞ 떨어진 목표물 1m내 정밀 타격
KF-16, F-35보다 무장 탑재 훨씬 많아
팝아이 1.5m 두께 철근 콘크리트 관통

F-4E 팬텀 전투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1958년 처음 비행한 F-4 ‘팬텀’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 공군과 해군, 해병대에서 모두 사용된 공중전의 강자였다. 한국에 F-4가 도입된 계기는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푸에블로호 피납사건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에 국군의 대규모 파병이 결정하면서 그 공백으로 한반도가 북한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펼쳐 미국과 호놀룰루 정상회담, 2차의 한미국방수뇌회담을 계기로 F-4 도입에 대한 미국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마침내 공군 조종사 6명이 1969년 8월 29일 태평양을 건너 대구기지로 직접 이 전투기를 몰고 오면서 제151전투비행대대(팬텀대대)가 창설 된다. 이른바 공군의 ‘팬텀기 시대’가 열린 것이다. 후로 ‘미그기 킬러’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지난 50여년 간 한반도 상공을 지켜오고 있다.


당시 첫 도입 기종은 F-4D 팬텀. 당시 북한이 운용하는 최신예 MiG-21 전투기와 IL-28 전폭기에 맞대응하는 전력 자산이다. F-4 팬텀은 아시아에서는 한국 공군이 최초로 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국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방위성급 헌납기 5기를 포함해 1989년까지 총 80대의 F-4D(블록 26~28)를 도입돼 조국 영공방위의 최일선을 누볐다.


1983년 구 소련 TU-16와 1984년 구 소련 TU-95 및 핵잠수함, 1985년 부산 앞바다 간첩선, 1998년 동해 출현 러시아 정찰기(IL-20) 식별·요격 등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특히 F-4D 팬텀 전투기는 4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2010년 6월 16일 대구기지에서 퇴역했다.


또 다른 기종으로 엔진과 전자장비, 레이더 성능이 향상된 F-4E는 1979년 도입돼 100여 대가 여러 차례에 걸쳐 들어왔다. 총 170여 대가 공군에 도입된 F-4D와 F-4E는 1990년대 KF-16 전투기가 배치될 때까지 적기 요격과 지상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국 영공 수호의 핵심 전력으로 활동해 왔다.



서울 ADEX 2019 프레스 데이 행사에서 F-4 팬텀이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F-4 팬텀은 1960년대 말~1970년대에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힌다.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했다. 현재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나 F-35와 비견될 만큼 막강한 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에 군사전문가들도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실제 소련제 미그기로 공군 전력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던 북한의 공군 전력을 단번에 역전시킨 것이 F-4 팬텀라는 점이다.


F-4 팬텀은 미 해군을 위해 탄생했지만 이후 미 해병, 그 뒤에는 미 공군이 사용했다. 미 해군과 해병, 공군이 모두 운용하였던 몇 안 되는 비행기들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의 별명은 ‘Rhino’, ‘Double-Ugly’, ‘DUFF’로 불렸다. 1959년 F4 팬텀은 고도 30km까지 마하 2.5 속도로 급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 100km를 비행하면서 평균 2237km로 비행하고 미국 대륙을 2시간47분 만에 횡단하는 등 수많은 기록을 갱신했다.


연료를 최대 7022L 적재해 3시간 이상 비행도 할 수 있다. 먼 거리의 적기를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 적외선 전방탐지장비, 고성능 폭탄투하장비와 AIM-7 중거리 공대공(空對空)미사일과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지상공격용 폭탄을 갖춰 공중전과 지상 폭격도 동시 수행이 가능하다. 전투기가 갖추어야 할 우수한 전투력과 기동성 등 모두 요소를 충족하는 당대 최고의 전투기인 것이다.



F-4 팬텀은 2인승으로 초음속, 장거리, 전천후 전폭기다. 한국 공군이 50여년 F-4 전폭기를 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F-16으로 운용할 수 없는 대형무기의 운용 플랫폼을 갖춰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공군

당시 장착된 레이더는 경쟁 기종 보다 뛰어났다. 장착된 AN/APQ-72의 레이더는 당대 최고성능의 레이더다. 이 레이더 덕에 정찰용 임무도 충분히 수행하는 게 가능하다. 정찰용 임무를 수행하는 RF-4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냉전 당시 라이벌인 구소련이 F-4와 근접한 멀티롤 파이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 MiG-23, 그것도 70년대 중후반 개량형이 등장한 이후에나 가능할 만큼 F-4의 성능은 독보적이다.


F-4 팬텀은 대표적인 3세대 전투기다. 항공학의 발전이 미사일, 레이더와 기타 항공전자장비의 도입을 통해 전투 성능을 향상시켰다. 3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도미사일의 등장이지만 실전 운용 경험의 결과로 전투기 설계자들은 미사일이 만능이 아니며, 근접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관포를 다시 기본 표준장비로 장착했다.


미 공군은 1967년부터 M61 Vulcan 20mm 기관포를 내부에 탑재한 F-4E로 교체했다. F-4E는 후에 방공망 제압 ‘Wild Weasel’ 역할을 위해 F-4G로 개조됐다. 정찰기 버전 역시 생산됐다. 미 공군용으로는 RF-4C, 미 해병을 위한 RF-4B, 수출용인 RF-4E등의 다양한 파생 버전이 등장했다.



F-4E 전투기가 임무를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팬텀은 7.25t에 달하는 강력한 무장 능력과 고성능 레이더, 항법장치 등을 갖춘 다목적·전천후 전투기로 우리 공군의 주력기였다. 공군이 1994년 KF-16을 전력화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로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를 수행했다.


F-4 팬텀의 별명은 ‘불멸의 도깨비’다. 수평꼬리날개 사이로 두 개의 엔진이 내뿜는 붉은 화염은 도깨비 얼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팬텀의 전투력이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질 만큼 막강해서 붙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팬텀’은 20여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4 외에도 F-5 80여대 등 총 100여대의 30~40년 이상된 노후 전투기를 운용 중이다. 공군 전체 전투기(410여대)의 20여%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노후화된 F-4를 운용 중인 국가는 현재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터키, 그리스, 이란 등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4E를 올해인 2024년부터 ‘퇴출’(퇴역)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최초 도입인 1969년부터 50년이 넘는 기간 공군 주력기로 운용될 만큼 F-4 팬텀의 퇴역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공군은 1990년대 이후 KF-16에 이어 F-15K, F-35 스텔스기 등 최신형 전투기들을 속속 도입해 실전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군이 ‘노병’ F-4를 운용하는 이유는 AGM-142 ‘팝아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운용능력과 엄청난 무장탑재 능력 때문이다.


팝아이는 이스라엘제 공대지 미사일로, 최대 112㎞ 떨어진 목표물을 1m 이내의 정확도로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뽀빠이 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AGM-142 ‘팝아이’.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 482㎝, 직경 53.3㎝로 무게가 1300㎏에 이른다. 350㎏ 탄두를 장착해 1.5m 두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TV 카메라와 적외선 유도장치 등을 장착해 정확도를 높였다.


팝아이는 2001년부터 2000억원의 예산으로 100발이 도입됐다. 슬램-ER(사거리 278㎞) 및 타우러스(사거리 500㎞) 미사일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군이 장거리에서 평양의 전략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무기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같은 팝아이를 F-4 팬텀만이 운반해 투하할 수 있어 공군 내 F-4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클 수 밖에 없었다.


군 당국은 F-15K도 팝아이를 장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팝아이보다 사거리가 긴 슬램-ER과 타우러스 등이 도입됨에 따라 취소했다. 물론 팝아이는 슬램-ER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탄두중량은 230kg인 슬램-ER보다 무거워 파괴력은 슬램-ER보다 강해 공군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전력무기다.


서방세계 ‘베스트셀러’ 전투기 F-4 팬텀은 총 5000대가 넘게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8.5t 가량의 폭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데 이는 2차대전과 6·25전쟁 때 활약했던 B-29 폭격기(9t)와 유사한 수준이다. 게다가 KF-16 전투기(7.7t), F-35 스텔스기(8t)의 무장 탑재량도 능가한다.


군 소식통은 “F-4는 팝아이 뿐만 아니라 많은 폭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 전면전 개전 초기 때 대북 공습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돼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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