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2일은 대한간암학회가 제정한 ‘간암의 날’이다. 간암 위험요인이 있다면 조기 예방을 위해 간 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 2가지를 매년 2회씩 받자는 의미가 담겼다. 간은 바이러스, 술, 약물 등의 원인으로 전체의 70~80%가 손상돼도 별다른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암 발병자 수 대비 사망자 수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2021년 27만 7523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았다. 그 중 간암 신규 환자는 1만 5131명(5.5%)으로 갑상선암·대장암·폐암 등에 이어 7번째로 많았다. 반면 간암의 최근 5년(2017~2021) 상대 생존율은 39.3%로, 전체 암 상대 생존율 72.1%에 크게 못 미쳤다. 암 사망률을 따져봐도 췌장암(15.9%)·담낭 및 기타 담도암(28.9%)·폐암(38.5%)에 이어 4번째로, 발병률에 비해 사망 위험이 높다.
부지원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간 자체에는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 등이 발생해도 초기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암세포가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부와 점막을 침범한 후에야 비로소 증상을 느끼게 된다”며 “간암의 낮은 생존율은 위협적이지만 B·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만큼 관리만 잘한다면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간암의 날’을 맞아 전문의의 도움말로 간암 고위험군과 예방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간은 신체의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장기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체 각 조직에서는 필요한 영양소의 형태로 적절히 변화시켜 이용하고 남은 노폐물은 간으로 옮겨져 처리하는 대사기능이 주로 간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간에 악성종양이 생겨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고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배에 복수가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암으로 발전하기 전 생기는 선행 질환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이다. 즉 선행질환 단계에서 치료만 잘하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 간암학회가 발간한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주된 원인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순이었다. 이 외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만성 간염과 과도한 음주 등으로 정상적인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 선행 질환이다. 간암 환자의 약 80%에서 간경변증이 나타나고 이후 간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암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암은 간 수치 혈액 검사와 간암 종양 지표(AFP),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간암 종양 지표 등의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새로운 병변은 없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할 이유다.
간은 기능이 절반이상 떨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하는 데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극심한 피로나 권태감이 느껴지는 경우 △오른쪽 윗배가 답답하거나 불쾌감이 있는 경우 △갑자기 술이 약해지고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간 건강을 체크해 봐야 한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B·C형 간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국내 간암 환자의 약 75% 정도는 B형 간염바이러스, 10% 가까이가 C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단 접종 이후 체내에 항체가 형성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주사기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소독하지 않은 침이나 뜸, 문신 등으로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 술을 절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했다면 간경변증으로 이환될 확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최근에는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도 간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만큼,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대사증후군 예방에 힘쓰는 것이 좋다.
부 과장은 “만 40세 이상이면서 B형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연령에 상관없이 간경변증을 진단 받았다면 6개월 단위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간암은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으로 높은 만큼 간암 치료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CT나 MRI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