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만화 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를 K웹툰의 선두주자 네이버웹툰이 사로잡았다. 10여년 전 앙굴렘 한국 특별전시관에서 “종이 넘기는 맛도 없는 만화가 만화냐”는 소리를 들었던 네이버웹툰은 어느새 프랑스 만화·웹툰 앱 1위에 오르며 보수적인 프랑스 만화 시장을 바꿔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열린 제51회 앙굴렘 만화축제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웹툰과 캔버스(작품 및 작가 발굴 프로그램)를 소개하는 단독 행사를 열었다. 작가 지망생과 업계 관계자 등 80명 이상이 행사에 참여했다. 작가 지망생들이 직접 본인의 작품을 피칭하고, 네이버웹툰 담당자들의 조언을 듣는 일대일 스피드 네트워킹 세션에는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했다. 또 현지 연재 작가의 작품 전시회도 열렸다.
현지 언론도 네이버웹툰과 앙굴렘을 사업체와 창작자의 상생 모델로서 주목했다. AFP는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미리보기 등 유료 모델도 있어 창작자들에게 더 나은 수입을 보장한다”고 호평했다. 현지 연재 작가 나타차 라토는 “회차 유료 판매를 통해 실제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웹툰은 초보 작가들에게 더 개방적”이라며 “인쇄에 많은 돈을 쓰는 프랑스·벨기에 만화책이나 출판사처럼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르 파리지앵’도 “웹툰이 출판 만화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프랑스어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프랑스 내 웹툰 인지도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500편 넘는 작품이 몰렸고, 현지 신규 작품 중 80% 이상이 자체 공모전이나 캔버스 출신 작품이다. 각종 페스티벌에서도 단독 부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현지 출판사 미셸 라퐁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15작품을 출간했다.
지난해 열린 제50회 앙굴렘 만화 축제에서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이 웹툰 원작의 출판 단행본으로는 처음으로 후보에 지명됐다. 올해도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 후보에 올라 웹툰의 입지는 계속 강화 중이다.
웹툰의 성장에 프랑스 현지 업체도 웹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현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일립스 애니메이션’은 웹툰 산업 확대를 위해 자체 제작 스튜디오 ‘일립스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유니크 헤리티지 미디어 그룹이 구독형 웹툰 앱 덕툰을 출시했다.
네이버웹툰의 4분기 글로벌 웹툰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 성장한 4440억 원이다. 지난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상장 청신호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