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IT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1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 행사에서 꺼낸 말이다. 애플은 이번 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중국에서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박한 평가들이 잇따르자 팀 쿡은 이 같이 말했다. 분명 중국에서 고전 중이지만 현지 기업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과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다소 회의적인 양상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과연 앞으로도 ‘중국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애플의 반등 카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애플, 4개 분기 만에 ‘역성장’ 끝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분기(회계연도 1분기) 1196억 달러(약 15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것이면서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1180억 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도 2.18달러(2903원)로 예상치(2.10달러)를 웃돌았다. 이로써 애플은 2022년 4분기부터 계속된 역성장(매출 감소)을 끝낼 수 있게 됐다. 아이폰(697억 달러) 판매가 선방했고, 서비스 분야의 매출(231억 달러)이 전년 대비 11%나 늘어나는 호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플은 실적 자료에서 “아이폰 판매량과 역대 최고액을 달성한 서비스 매출 덕에 성장한 1분기 성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美·日 등 성장에도 中선 13% ‘뚝
시장에서는 애플의 전반적인 실적 상황보다 지역별 성과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미주, 유럽, 일본 등 주요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중국에서만 이 기간 13%나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올린 매출 규모는 239억 달러에서 208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에 애플은 이날 미 증시에서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주가가 4% 이상 빠지는 약세를 경험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애플의 매출 성장은 중국의 둔화에 가려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중국에서 어려움이 전체 매출 증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아이폰, 中선 오포·비보에도 혼쭐
중국은 애플의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회사 매출의 약 20%가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최근 애플은 중국에 쏠린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인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시도하지만 빠른 시일 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분기 중국에서 예상보다 더 못한 성적을 내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다.
사실 중국에서 애플의 부정적인 기류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애플의 대표 상품 아이폰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모습이다. 애국 소비, 미중 갈등 등이 겹치면서 애플에 악재가 됐다. 이에 약 10년 전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오포, 비보 등 자국 기업들에 밀리는 현실이다. 여기에 중국 경기 침체까지 더해졌다. 올해 글로벌 IB 바클레이즈가 애플의 투자 등급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야심작’ 비전프로는 성과는?
잇따르는 애플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기대가 몰리는 분야도 있다. 애플이 10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 비전프로다. 애플이 공간컴퓨터라고 지칭하는 MR 헤드셋 비전프로는 이날부터 미국 현지에서 정식 판매에 들어갔다. 팀 쿡이 앞서 비전프로를 두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소비자 전자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주요 외신들도 최근 사용 후기 기사를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3500달러에 이르는 비싼 가격, 콘텐츠 부족 등이 아킬레스건이라는 지적도 물론 많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탄생시킨 애플이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이끄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출시 첫해인 올해 최대 판매량을 60만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진행한 사전예약에서는 약 2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매출 증대에 기여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애플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