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재벌은 1130억, 서민도 전 재산 '탕진'하는 '이 나라' 결혼율 99%의 비결은?[연승기자의 인도 탐구생활](7)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카레, 요가, 불교의 발상지, 간디 그리고 기안84가 여행을 가서 화제가 됐던 바라나시정도 일 것입니다. 인도는 친숙한 나라인 것 같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인도는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합니다. 인도는 한 공간에서도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 각양각색일 정도로 모든 세기와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최근에는 인구가 14억 명을 돌파해 중국을 제치고 인구 대국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 GDP는 식민 지배를 했던 영국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섰습니다. 올해 8월에는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쏘아 올리는 등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야 할 나라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연승기자의 인도탐구생활'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도, 자극적인 뉴스로만 접했던 인도에 대해서 보다 탐구적인 자세로 알려드려 합니다. 더불어 여러분이 알고 계신 흥미로운 인도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 주세요. <편집자주>


아시아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 장면. 사진=AFP 연합뉴스


인도의 결혼식은 화려하고 성대하기로 유명합니다. 재벌부터 평범한 집안까지 결혼식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 전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최대 석유·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지배하는 암바니 가문이 아시아 최고 부호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암바니 일가가 보유한 재산은 무려 1027억달러라고 합니다.


암바니 가문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릴라이언스그룹의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 비용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2018년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에는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반기문 전 UN 총장, 힐러리,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이 참석했습니다.



인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 당시 터번을 두른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신봉길 전 주 인도 대사 페이스북

결혼식 초청자들의 면면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결혼식 비용역시 상상을 초월합니다.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이 무려 1130억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이들은 어떨까요?


재벌뿐만 아니라 평범한 이들에게도 인도에서 결혼식은 매우 특별합니다. 결혼식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문과 개인에게 가장 크고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가문의 모든 것을 쏟아 붓기는 합니다. 보통 3000만원~5000만원 정도를 쓰는데, 이는 엄청난 비용입니다. 인도 명문대인 네루대, IIT를 나와도 월급이 5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모든 것을 거는 게 인도인입니다. 이미 알려지다시피 인도인의 대부분은 중매 결혼을 합니다. 결혼 전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고 ‘쿨’하게 사귀고 헤어진다고들 합니다.



인도인 커플이 웨딩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자이푸르=연승기자

인도인 커플이 웨딩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자이푸르=연승기자

자이푸르의 ‘웨딩 사진 맛집’ 중 한 곳에서 인도인 남성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흥미로운 모습. 자이푸르=연승기자

이유는 바로 연애는 계급이 달라도 할 수 있지만 결혼은 절대 ‘계급’에 따라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부모들이 정해주는 결혼 상대자는 보통 같은 계급이고 경제적으로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절대 낮은 계급과의 결혼은 안된다는 게 인도 부모들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는 체면으로도 연결되는데, 보다 낮은 계급,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문과는 그래서 결혼을 결사 반대한다고 합니다.


지참금 문제도 여전합니다. 얼마 전 타임즈 오브 인디아 등 현지 매체가 전한 소식에 따르면 의사인 남자 친구의 집안에서 BMW 등 고급 자동차를 비롯해 고가의 예단을 요구했지만 이를 해줄 수 없어 의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도의 결혼식 문화가 그렇다고 합니다. 인도인들도 이것이 좋은 관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고들 합니다.


인도에서 결혼식은 보통 3일 정도 치러집니다. 3일간의 행사는 일정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건 다음번에 보다 상세하게 전하겠습니다.



사진=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의 한 장면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는 기안84와 덱스가 인도 현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모습을 담았는데요. 축제처럼 밤낮을 즐기는 게 인도의 결혼식 문화입니다.


실제로 밤에도 축제처럼 결혼식을 즐기는 인도인들입니다. 기자가 묵었던 호텔 앞에서도 결혼식 행사가 밤에 열렸는데, 정말 너무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축복해 줬습니다.



밤에도 결혼식이라는 축제를 즐기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인도인들. 뭄바이=연승기자

명문대를 나와도 한달에 월급 50만원을 받고 2022년 기준 인도의 1인 당 국민소득은 318만 5,630원(2380달러)인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은 돈을 들여 결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혼율이 99%라는 ‘인크레더블한’ 사실들은 인도에 대한 흥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인도에는 통계가 거의 없어서 결혼율, 출산율 등등을 조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인도인들을 통해 결혼율은 거의 99%이며, 돈이 너무 많이 들지만 어떻게든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취재원은 그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비밀로 합니다.


사족으로 이야기 하나 더 소개하자면 한국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결혼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고 사진 찍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웨딩 사진, 영상 촬영이 고소득 직업이라고 합니다. 명문대를 나와서 한국에서 취직도 했지만 인도로 돌아가서는 마땅한 직업이 없어 웨딩 사진기사를 하는 이들도 꽤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화재를 비롯해 뷰가 좋은 곳에 가면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이 정말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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