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차관, 17세기 미술품 훔쳐 변조한 혐의로 결국…

공영방송 의혹 제기로 궁지…미술평론가 출신 당사자는 의혹 부인

17세기 회화 작품을 훔쳐 변조했다는 혐의로 물러난 비토리오 스가르비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 사진=EPA 연합뉴스 자료

루틸리오 마네티의 '성 베드로의 포획'. 사진=이탈리아 일간지 일 조르날레 디탈리아 홈페이지 캡처

유명 미술평론가 출신인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17세기 회화 작품을 훔쳐 변조했다는 혐의를 받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비토리오 스가르비(71)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은 이날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 내각의 첫 장·차관 사임 사례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검찰은 그가 이탈리아 17세기 화가 루틸리오 디 로렌초 마네티(1571∼1639)의 회화 '성 베드로의 포획'을 훔쳐 변조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작품은 당초 이탈리아 서북부 피에몬테의 한 성에 걸려 있었으나, 2013년 도난당했다.


이후 2021년 스가르비 차관이 한 전시회에서 이와 거의 같은 그림을 선보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가 전시한 그림은 왼쪽 상단 구석에 촛불이 그려져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사라진 작품과 거의 동일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스가르비가 이 작품을 훔친 뒤 촛불을 추가로 그려 넣어 다른 그림인 것처럼 가장, 출처를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작품을 도난당한 성의 소유주는 2013년 스가르비 차관의 한 친구가 성을 방문해 작품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흥미를 보였으며, 이후 작품이 액자에서 잘려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스가르비 차관의 또 다른 친구가 손상된 상태의 '성 베드로의 포획'을 복원 업자에게 보냈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가르비 차관은 20여년 전 자신의 모친이 산 한 빌라를 복원하던 도중에 그림을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자신이 전시한 그림이 원본이고 2013년 도난당한 그림은 원본의 복제품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또 프랑스 화가 발랑탱 드 불로뉴(1591∼1632)의 한 회화 작품을 불법으로 해외에 판매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그 그림이 복제품이며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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