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금융권의 사망자 계좌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4일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국내 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가 1065건 개설되고 대출도 49건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이뤄진 것은 은행이 비대면으로 실명 확인 절차를 진행할 때 명의자 본인을 식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뱅킹 이용 시 사망자의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를 활용하면 실명 확인이 가능해 유가족이 사망자 명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역시 사망자 휴대폰과 해당 은행에 등록된 인증서의 비밀번호 등만 있으면 가능하다.
사망자 명의 계좌에서 인출된 예금액은 6991억 원으로 집계됐고 인출 건수는 34만 6932건에 달했다. 금감원은 “고객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 사망을 인지한 날 사이에 주로 인출이 이뤄졌다”면서 “대부분 모바일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거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계좌 개설 과정에서 은행의 실명 확인 소홀이 인정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 등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 아울러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안면 인식 시스템 도입 등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이어나가기로 했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는 금융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금융소비자와 은행 모두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며 “적법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일으켜 편취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