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의 기술] 범행수익 독식 욕심에…공범까지 배신한 부동산 사기꾼

<14>특경법상 사기
공범, 별건사건 처벌 받자 돌변
피해자 명의 '허위 진정서' 제출
변호사부터 제출자까지 다 거짓
피의자 결국 구속상태로 재판행
피해액 11억서 13억 추가 규명



전원주택 열풍이 풀었던 2019년께 A씨에게 가짜 부동산 업자 B씨가 접근해왔다. 당시 A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5000㎡를 보유 중이었다. 투자 열풍이 불던 시기,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A씨는 부동산 사기꾼들에게는 말 그대로 좋은 먹잇감이었다. B씨는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 개발을 해 수익을 보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감언이설로 속이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으로 B씨는 A씨에게 6억 원을 뜯어냈다. A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B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B씨의 공범인 C씨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180도 다르게 흘렀다. C씨는 A씨에게 B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지닌 개발 사업권을 이전 받아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는 100% 거짓이었다. 애초에 개발사업권 자체가 이들에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6억 원의 손실을 봤으나 A씨는 C씨가 내놓은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다. 당시만 해도 또 다시 속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A씨는 B씨와 똑같은 수법에 당해 C씨에게 11억 원 가량을 뜯겼다. 경찰은 재차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3월 C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조현욱(46기) 당시 여주지청 형사부 검사는 재판을 분석하던 중 수상쩍은 점을 발견했다. A씨가 B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반대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이다. 이는 ‘B씨 처벌을 원한다’는 A씨 명의 진정서였다.


배경에는 C씨가 존재했다. C씨는 혼자 범행해 수익을 독차지하려는 계획을 짜고, D씨를 통해 A씨 명의의 허위 진정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했다.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진정서였다. 하지만 내용은 100% 거짓으로 A씨는 작성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 심지어 허위로 진정서를 제출한 D씨는 과거 범죄 전력으로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상태였다. 작성자부터 제출자까지 온통 거짓 투성이였다.


검찰은 수사 결과 A씨의 추가 피해액 13억 원을 추가로 규명했다. 개발 행위를 한 것처럼 허위로 공사 진행 외관을 만들고, A씨를 기망한 사실도 드러났다. 각종 근저당권을 설정해 사실상 A씨 소유 토지를 ‘깡통’으로 만든 점도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C 씨를 구속 기소하는 한편 D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조 검사는 “별건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변호사의 휴대폰 압수한 뒤 통화내역・계좌내역 분석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다”며 “사기범의 경우 피해자의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려고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피해 회복이 어렵기에 신중히 투자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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