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국회의원 연봉을 중위소득 수준으로 깎자고 주장했다. 국회가 수당과 상여금·경비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연봉을 지난해 1억 5426만 원에서 1억 5700만 원으로 1.7% 올리자 내놓은 제안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연 6876만 원이다. 여야는 민생·경제 법안을 놓고 대립해왔으나 국회의원 연봉 인상 안건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회의원 연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 국회의원의 연봉은 1238만 4000엔(약 1억 1875만 원), 영국 하원의원의 연봉은 8만 4114파운드(약 1억 4187만 원)로 우리보다 적다. 독일(12만 7100유로·약 1억 8295만 원)과 미국(17만 4000달러·약 2억 3020만 원)의 의원 연봉도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미국 의원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2009년 이후 16년 동안 월급을 동결했다. 일본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코로나19 이후 의원 세비를 20%나 깎았다. 북유럽 의원들의 처우는 더 박하다. 노르웨이는 1인당 GDP가 우리의 3배 수준이지만 지난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 3195만 원에 그쳤다. 스웨덴은 의원들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지원하지만 자동차나 기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국 국회의원에게 연봉 외에도 공무수행출장비 등 각종 지원금 1억 1276만 원을 지급하고 보좌 직원의 인건비로 연간 5억 원가량을 지불하는 것과 대비된다.
금배지의 월급을 절반 이상 삭감하자는 한 위원장의 주장을 놓고 “정치 개혁” “포퓰리즘” 등의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안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국회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면서도 연봉을 더 올리는 데는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월급을 깎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도 적용하는 것이 고용주인 국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