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미국대사관 웨이보 계정, 中개인투자자 '대나무숲' 됐나

'야생 기린 보호' 주제에 댓글 13만개
경기둔화·증시 약세 성토 내용 대부분
'낙관주의 가득' 관영지 기사도 조롱거리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미국대사관 앞에 학생들이 비자 인터뷰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인들이 최근 경기둔화와 주식시장 하락으로 인한 불만을 터트리는 장으로 주중미국대사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활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주중미국대사관이 지난 2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 올린 야생 기린 보호에 대한 게시물에는 댓글이 13만여개 달리고 재게시물도 2만5000여 건이 만들어졌으나, 대부분 야생동물 보호와 무관한 글이 달렸다고 전했다. 한 이용자는 댓글에 “상하이 증권거래소를 폭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을 남겨줄 수 있나”라고 물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주중미국대사관 웨이보 계정이 “중국 개인투자자의 ‘통곡의 벽’”이라고 적었다.


최근 중국 벤치마크 주가지수인 CSI300 지수가 5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고조된 불만이 엉뚱한 곳에서 표출된 셈이다. 웨이보 이용자는 게시물을 통해 시장과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중국 당국은 부정적 내용으로 간주되는 글에 대해 정기적으로 차단 조치를 내린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에는 지난 2일 나온 ‘전국이 낙천주의로 가득 차 있다’는 제목의 인민일보 기사가 웨이보에서 조롱거리가 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한 이용자는 주중미국대사관의 기린 보호 기사를 재게시하면서 “기린 커뮤니티 전체가 낙관주의로 가득 차 있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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