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 미만 소아 입원수가 가산율 50% 상향…분기 1회 미만 병원 방문자 대상 ‘건강바우처’ 지급도

■건강보험 수가 대폭개선
'횟수'→'난이도·위험·시급성' 중심
공공정책수가 등 대안 지불제 도입
혁신계정 별도 마련, 2조 투입도
■ '과잉 외래' 방지 인센티브
건강생활실천지원금 대상 등 확대
소아 1형 당뇨 치료기기 지원 늘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복지부




정부가 재원 고갈이 예고된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다. 의료비 증가의 주범인 비급여·혼합 진료 항목에 메스를 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에 나서고 건보 수입을 늘리기 위해 현재 8%인 건보료율의 법정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 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이유는 현 제도가 의료 행위별로 수가가 결정되는 구조로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데다 필수의료 등 정작 국민들에게 필요한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붕괴된 필수의료 생태계를 소생시키기 위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해 향후 5년간 10조 원 이상 투입한다. 건보 수가 결정 구조도 기존 행위별 수가에 따른 ‘횟수’ 위주에서 ‘난이도·위험·시급성’ 중심으로 개편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상 체계는 진찰·검사·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의원·약국 등 유형별 협상을 통해 매년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 행위 가치를 업무량과 인력·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하고 여기에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한다. 전체 건보 급여액에서 행위별수가제 비중이 무려 93.4%에 달한다.


하지만 행위별수가제 방식으로는 의료 공급 편중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진료 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이 부여되는 구조라 진료 성과보다는 진료 횟수에 치중하는 병원이 많고 이 같은 현상이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는 환산지수 계약에 따른 모든 진료 행위의 획일적 수가 인상 구조를 탈피하고 업무 강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필수의료 등 진료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집중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중증 응급실 환자 진료 수가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중중 응급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24시간 이내 치료를 완료하면 평일 주간에는 기존 50%에서 100%, 평일 야간과 공유일 주간에는 100%에서 150%, 공휴일 야간에는 100%에서 200%로 수가를 인상했다. 올해부터는 1세 미만 소아의 일반 병동 입원 시 수가 가산율도 30%에서 50%로 인상 적용되고 있다. 이 밖에 정부는 의료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상대가치점수 조정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고 매년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는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공 정책 수가 등 대안적 지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행위별 수가 산정 점수에다 보완형 공공 정책 수가 방식을 더해 난이도와 위험·시급성이 높은 의료 행위에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제도다. 이미 정부는 분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각각 55만 원의 지역 수가와 안전 정책 수가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보완형 공공 정책 수가의 경우 종료 시점을 명시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정책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 금액을 줄이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필수의료 분야 집중 투자를 위해 건보 재정 내 ‘혁신 계정’을 도입하고 전체 요양급여의 2%에 달하는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민 스스로 만성질환 관리하면 현금 포인트 등 ‘인센티브’ 지급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보건복지부는 과잉 외래 진료를 막는 동시에 국민 스스로 복합·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도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병원 방문이 분기별 1회 미만으로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전년 납부한 보험료의 10%(연간 최대 12만 원)를 병원과 약국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건강바우처’를 도입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의료 이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전체 연령으로 가입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의 지원 대상 또한 확대된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가 걷기 등 스스로 건강 생활을 실천하거나 의원에서 제공하는 질환 관리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경우 연간 최대 8만 포인트를 적립하고 지정된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포인트 지급 기준 완화나 대상 질환의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정신질환 발생률이 높은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 단위로 단축하기로 했다. 검진 항목 역시 기존 우울증에서 조현병·조울증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가임기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 지원 횟수는 신선 배아 9회, 동결 배아 1회에서 통합 20회 지원으로 늘리고 태아 수에 따라 임신 출산 진료비 바우처 지원 금액도 확대한다.


최근 사회문제화한 소아 1형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를 위해 인슐린 자동 주입기 구입 시 건강보험 지원을 늘려 본인 부담이 기존 381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줄어든다. 호스피스 지원 대상은 암, 만성 호흡부전 등 5종에서 당뇨·치매 등 13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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