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 요란했던 檢기소…결국 무리한 수사 도마에

■ 국정농단發 수사 잇단 패배
첫관문 구속영장 기각 당하고
수심위 수사중단 권고도 외면
李 무죄에 기업죄기 비판 직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둘러싼 불법 경영 승계 등 의혹 수사에서 ‘3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는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에서 촉발된 의혹이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로부터 수사를 이어받아 ‘총력전’을 펼쳤으나 이 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수사 중단 결론에 이어 법원까지 5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무리한 수사로 기업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이 회장을 둘러싼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을 겨냥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18년 1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으로 강제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이 회장을 두 차례나 불러 조사했다. 각각 17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였으나 구속 수사라는 첫 관문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법원이 2020년 6월 9일 이 회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열고 ‘기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유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구속 필요·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구속할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심리·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도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구속 수사에 실패하고 이 회장 측 요청으로 열린 대검 수사심의위에서도 검찰은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사전 선정된 15명 가운데 13명(불참 1명, 1명 직무 대행)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10명이 ‘수사를 중단하고 이 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예상 밖의 압도적 우세 속에 검찰이 또 한 번 패배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검찰 수사팀에서는 수사팀 주임검사인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현 금융감독원장, 사법연수원 32기) 등 3~4명이 프레젠테이션에 나섰으나 결과는 뒤집지 못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의 경우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었다. 다만 2018년 초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열린 여덟 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던 만큼 검찰이 느끼는 부담은 컸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3개월 뒤인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전격 기소했지만 결국 법원이 ‘죄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재차 패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 회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두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거나 ‘시작만 요란했을 뿐 알맹이는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이후 열린 대검 수사심의위에서도 기소 반대 등 의견이 나왔다면 검찰이 증거나 진술 확보 등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모습”이라며 “하나의 수사를 두고 연이어 실패라는 결과만 가져온 만큼 ‘기업 흔들기’나 ‘정치 입맛에 맞춘 수사’라는 비판을 검찰이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이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의욕만 앞세운 수사를 했다가 각종 비난에 휩싸이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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