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늘리고 신선식품 강화…SSM의 반격

■미운오리서 백조로 변신
소비자 간헐 방문 '벌크구매'서
수시 방문 '소량구입' 패턴 변화
GS 올해 매장수 500개로 확대
롯데는 그로서리 매대 면적 늘려
쿠팡 '나비 효과'라는 분석도
영업제한 풀리면 SSM '날개'


유통업계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계륵(鷄肋)' 취급을 받던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부활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이따금 찾아 대용량 벌크 상품을 사기보다 동네 SSM를 수시로 방문해 소량으로 신선 식품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감지한 GS더프레시·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이마트(139480)에브리데이 등 SSM ‘빅4’는 올해 일제히 점포를 늘리고 신선 식품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사업을 강화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SSM GS더프레시는 지난해 기준 438개인 점포수를 올해 500개로 확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신도시 상권 내 11개 매장을 출점했는데 해당 매장의 ‘2030’ 고객 비중이 50.1%로 절반이 넘었다”며 “올해도 신도시에 집중적으로 출점해 신혼 부부 등 젊은 소비자를 신규 고객층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GS더프레시는 모바일·배달 앱에 익숙한 고객을 잡기 위해 요마트·우리동네마트 등과 연계해 ‘1시간 장보기 배송’도 강화한다.


롯데슈퍼는 ‘그로서리 전문 매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마트와의 통합 소싱을 통해 신선 식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근거리 거주 고객을 사로잡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그로서리 상품의 매대 면적을 넓히고 신선 식품과 델리 코너의 진열 매대를 낮추는 등의 리뉴얼도 진행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1인 가구 상권에 특화한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익스프레스 학동역점을 도심 1인 가구 특화 점포로 리뉴얼했는데 리뉴얼 후 약 12주 동안 평균 두 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과 고객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수도권에 235개 점포가 있는데 5월부터 역세권, 상업지역에 위치한 지점부터 리뉴얼을 통해 매출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올해 신규 출점을 통한 외형 확대에 나선다. 각 매장의 상권별 고객 조사를 통해 맞춤형 상품을 운영하고 기획할 예정이다. 또 향후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마트 등 그룹사와의 통합 소싱을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통업계가 다시 SSM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은 ‘간헐 방문 벌크 구매’에서 ‘수시 방문 소량 구입’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예전에는 살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해뒀다가 마트 가는 날 카트를 한 가득 채워 사오곤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쿠팡 등 온라인으로 대부분 주문하고 신선 식품 등만 가까운 슈퍼에서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트렌드 변화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SSM의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3.7%로 편의점(8.1%) 다음으로 높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마트와 SSM 영업시간(자정~오전 10시) 제한 해제도 SSM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거지와의 접근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트보다는 SSM이 좋다”며 “마트가 새벽 배송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몸집이 가벼운 슈퍼 쪽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통가가 SSM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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