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 올해가 음력으로 ‘과부의 해’라는 미신이 퍼지자 당국이 "미신을 믿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절기상 설 전에 입춘이 돌아오는 해를 ‘무춘년’이라고 하는데, 이를 ‘과년’이라도 부르며 ‘과부의 해’라는 미신이 퍼졌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중국이 최근 세계 1위 인구 대국을 인도에 빼앗긴 가운데, 당국은 이 같은 미신으로 인해 결혼 및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심화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중국 민정부(행정안정부 격)의 홈페이지 공공의견란에는 한 시민이 "과부의 해는 상식과 과학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정부는 "당신이 제기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2024년이 결혼하기 적합하지 않은 이유" "용의 해에 결혼하면 안 되나요?" 등의 글이 공유됐다.
용의 해가 ‘과부의 해’로 소문난 것은 올해가 ‘무춘년(無春年)’이기 때문이다. 무춘년은 말 그대로 ‘봄이 없는 해’다. 절기상 입춘이 설 전이면 음력 새해가 된 뒤 입춘이 없으므로 ‘무춘’이라고 한다. 올해 입춘은 2월 4일인데 설날은 2월 10일이라 ‘무춘년’인 셈이다. 중국 고대인들은 봄의 시작을 다산과 연결 지었고, 봄이 오지 않으면 번성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에 ‘무춘년에는 아이가 없다’는 미신이 생겨났다.
무춘년은 ‘과년’(寡年)이라고도 하는데, 이 때문에 ‘과부의 해’라고도 불린다. 민간에서 무춘년을 결혼하기에도 아이 낳기에도 불길한 해라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CMP는 "봄은 탄생과 재생을 상징하기에 1년 중 가장 활기찬 시기로 여겨진다"며 "‘과부의 해’로도 여겨지는 ‘봄이 없는 해’는 결혼하면 불운이 찾아오는 것으로 민간에서 믿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무춘년 관련 미신을 우려하는 이유는 최근 낮아진 출생률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은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대국의 자리를 뺏긴 상태다. 2022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956만 명으로 1949년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합계출산율 역시 2020년 1.30명에서 2022년 1.09명으로 빠르게 하락한 상태다.
SCMP는 "청룡의 해에 아기를 낳는 것은 축복으로 여겨진다. 올해가 결혼하기에는 나쁜 해로 여겨짐에도 일부는 올해가 아기를 낳기에는 좋은 해라고 믿는다"면서 ‘청룡의 해’가 ‘과부의 해’ 미신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