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인들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은 여전히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지만 자사 경영 실적에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6일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여한 국내 기업 고위 경영진 4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이 속한 기업은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이 39%, 자산 규모 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이 24%, 5000억 원 미만 기업이 37%였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는 올해 국내 경제 성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65%가 ‘다소 부정적’, 11%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다소 긍정적’이거나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 응답률은 24%에 그쳤다. 여전히 대다수 경영진은 국내 경제를 어둡게 봤지만, 10명 중 8.5명이 부정적이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나아진 결과다.
산업별로는 부동산·건설(92%), 통신·인터넷(91%) 산업 종사자들은 부정적인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의약·바이오·생명과학(62%)과 정보기술(IT)·전자·반도체(64%) 산업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응답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비관적 경제 상황 전망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올해 자신이 속한 개별 기업의 경영 실적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응답자 절반(49%)은 올해 경영 실적이 전년 대비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6%였던 전년 조사 결과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특히 의약·바이오·생명과학(71%), IT·전자·반도체(63%), 소비재·유통(61%) 산업의 응답자들이 높은 성장 기대감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33%는 자사 경영 실적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18%는 ‘전년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기업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환경 리스크로는 10명 중 8.6명이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지정학적 갈등 및 무역 갈등(50%), 테크놀로지 및 디지털 환경 급변(35%)이 뒤를 이었다. 또 올해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는 60%가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 장기화, 50%가 인건비 증가, 44%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아 여전히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을 보여줬다.
박용근 EY한영 대표이사는 “지난해에는 응답자들이 금리인상 영향으로 경기침체(Recession)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올해에는 경기회복(Recovery) 흐름을 기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만 올해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국가들의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 슈퍼사이클(Elections Supercycle)’로 불리는 만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공급망 관리 강화, 인공지능(AI) 도입, 신사업 및 인수합병 전략 등으로 회복탄력성을 확보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