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과 국경 통제 강화 내용을 담은 160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에 합의했으나, 하원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또 다시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원 공화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법안을 “끔직하다”고 비판하고 있어, 미 의회가 합의점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370페이지 분량의 상원 합의안은 1,183억 달러(약 158조원) 규모로, 우크라이나(600억 달러)와 이스라엘(141억 달러) 지원은 물론 공화당이 요구해 온 국경안보 강화(202억 달러) 예산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해 1,0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국경안보 예산을 강하게 요구하는 공화당 내 분위기 속에 통과되지 못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 예산이 고갈됐으며, 미 의회 합의 없이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 상원의 합의안인 공개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몇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공정한 국경 개혁을 포함한 초당적인 국가안보 협상 합의에 도달했다"라며 "나는 이를 강력히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기존의 이민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국경 강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상원이 합의한 이번 법안은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 자격 기준을 높이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이 5일 연속 일일 평균 5,000건을 초과하면 당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국경 밖으로 추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가까스로 상원을 통과한다 해도 하원 관문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하원 공화당의 1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합의안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며 "하원에 닿자 마자, '도착과 동시에 사망'(DOA) 판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하원에서 표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집권 첫날 ‘국경 폐쇄’를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법안에 결사 반대하고 있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협상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보나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만 이 하루에 5000건이 넘어야 국경 폐쇄 권한을 부여하는 이 끔찍한 법안에 투표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국경을 폐쇄할 권리가 있고, 이는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