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설전속…장호진 안보실장, 러 외무차관 비공식 접견

3일 서울 모처서 만나
尹 편향적' 러 발언 문제제기
'한러관계 관리 필요성' 의지 해석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을 서울 모처에서 비공식 접견했다. 한러 외교 당국이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도 물밑에서는 관계 관리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장 실장은 지난 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루덴코 차관을 만났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 2일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장 실장과도 접견했다. 장 실장은 루덴코 차관을 만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은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며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1일(현지 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선제적 핵공격'을 법제화한 세계 유일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우리 외교부는 3일 "(자하로바 대변인의) 논평이 일국의 외교부 대변인 발언으로는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고 이어 정병원 차관보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겉으로는 설전을 주고받는 한국과 러시아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루덴코 차관의 우리 국가안보 최고위 당국자인 장 실장 예방을 두고 소통 및 관계 관리에 대한 한러의 의지가 관철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실장이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급이 낮은 차관보급 인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루덴코 차관은 장 실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를 지낼 때 러시아 측 카운트파트너였다. 장 실장은 지난해 6월 외교부 1차관으로 이동한 직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루덴코 차관을 만난 바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최근 러북 동향과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북 군사협력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대한 '레드라인'을 재확인하고 한러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게 관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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