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는 업종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지난해 인수·합병(M&A) 규모가 전년 대비 34%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활황기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71%나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로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소프트웨어 산업 M&A 시장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 ‘큰손’들이 투자 의지를 상실한 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M&A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업종 M&A 거래금액은 2023년 총 1조5737억 원으로 전년(2조4016억원) 대비 34.5% 감소했다. 거래건수도 같은 기간 82건에서 69건으로 15.8% 줄었다. 최근 5년 이래 최대 규모였던 2019년 5조4822억 원과 비교하면 지난해의 M&A 시장은 71.3%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스타트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상장 기업의 인수 통계만 보면 5조393억 원에서 8898억 원으로 4년새 82.3% 급감했다.
업계에선 소프트웨어 M&A 시장이 지속 위축된 배경으로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투자 동인 약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은 각종 규제를 피하면서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규제 역차별 속에 추가 성장 의지가 꺾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개인정보보호와 법인세가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꼽힌다. 마케팅에 쓰이는 개인정보가 선택 사항으로 분류돼 국내 사업자는 개인 동의를 받기 어려운 반면 구글 등 해외 기업은 필수·선택 구분 없이 포괄적 동의만 받아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외국계 플랫폼 기업은 조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낸 법인세는 2022년 기준 169억 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이 현실화하면 소프트웨어 M&A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거나 인수될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이고 국내 대형 IT 기업들은 M&A를 통한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M&A 시장이 위축되면 스타트업 엑시트가 어려워져 기업가치가 오를 수 없게 된다”면서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는 셈”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