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법률의 시행 효과와 안착 방안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중대재해법을 먼저 적용 받는 대기업에서 연초부터 사망산재가 잇따라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천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제철 공장에서 페수처리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고 하청업체 등 근로자 6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폐수처리 수조에서 찌꺼기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용부는 이들이 작업 중 중독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대기업 사고는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경남 거제시에 있는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일하던 하청 근로자 1명도 원인 불명의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2일 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도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사망했다.
대기업 중에서 사고가 드문 삼성에서도 연달아 사망산재가 일어났다. 지난달 18일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 하청 근로자는 용접을 위해 이용하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2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맡은 경기 평택시에 있는 삼성반도체 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하청 근로자 1명이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는 사망산재가 다른 대기업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평가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은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처법 적용 사고가 1건도 없었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대기업 등 50인 이상 사업장이 먼저 적용받았다. 중대재해법은 지난달 27일부터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됐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이들 사업장의 영세성과 준비 여력을 고려해 법 적용 추가 유예를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관리보건체계를 갖춰야 사망 산재가 감소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중대재해법 효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선소, 제철소, 자동차 등 업종을 불문하고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중대재해법 유예는 한가한 소리다,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개정을 통해 법 효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