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공장 90% 가동"…불황에도 생산 늘리는 동박 투톱

저가 중국산 등 영향 수익 타격
지난해 가동률 20% 미만 그쳐
태양광 패널 등 동박 사용 시장
연평균 7.4%성장 등 전망 밝아
SKC·롯데머티, 공격투자 계속

SKC의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사진제공=SKC

전기차 시장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공습에 타격을 입은 국내 동박업체들이 품질과 해외 공급망을 앞세워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낮은 전력비로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해외 생산 기지에 투자를 지속해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C(011790)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올 하반기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SKC는 지난해 상업 생산을 시작한 말레이시아 1공장에 이어 올 상반기 2공장 가동을 본격화한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5만 7000톤 규모다. SKC 관계자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은 20% 미만에 그쳤다"며 "고객사 인증을 마무리하는 하반기에는 80~90%의 가동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SKC는 2025년까지 한국과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연산 25만 톤 규모의 동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올해도 시설투자를 지속한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폴란드 공장(연산 5만7000톤)에 올해 투자 금액(최대 7500억 원)의 60%를 투입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올해 말레이시아 5·6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동박 생산 능력은 연산 4만 톤에서 6만 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객사 수주 확대를 통해 가동률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세웠다. 유럽과 미국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 역시 늘린다. 연산 3만 톤 규모의 스페인 동박 공장 설립에 1800억 원을 투입하고 올 1분기 내 미국 동박 공장이 들어설 지역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 30분의 1 두께(10㎛)의 구리막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감싸 전류의 흐름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한 대에 30~40㎏가량이 사용되며 공정이 까다로워 제조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라 주목 받았지만 지난해는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SKC는 지난해 영업손실 216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영업이익이 120억 원으로 전년 848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올해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전자기기부터 전기차, 태양광 패널까지 동박을 사용하는 시장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동박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억 3230만 달러(약 9조 원)에서 2033년 137억 4690만 달러로 연평균 7.4%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업체들도 올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올해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C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말레이시아 동박을 중심으로 중장기 공급 계약도 확대할 계획이다. SKC 관계자는 "올해 5개 이상의 주요 고객사와 15만 톤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매출 성장률 4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유럽 신생 배터리 기업 위주로 하이엔드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라며 "작년 하이엔드 동박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성장했는데 올해도 그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