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어머니 대신해 감사드려요”…받는 사람 입장의 ‘실업급여’

고용부, 실업급여 감사글 지난달엔 15건
본기능 되살아나…재취업률, 7년만에 최고
실업급여 수급자, 6년 만에 48만명 늘어
재원 부족·반복 수급…구조적 문제 여전
실업급여 개편 예고…노동계, 설득 관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 자격 등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실업급여 수령 결과를 떠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있는 ‘칭찬합시다’에 올라온 한 감사글의 일부다. 이 글의 작성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강북성북고용센터를 방문했을 때 경험을 듣고 글을 썼다. 그의 어머니는 올해 칠순이다. 그는 “어머니가 억울한 일을 당해 잘 모르는 길을 찾아 (센터를) 어렵게 찾아갔다”며 “담담이었던 조주희 고용지원관이 친절하게 설명하고 접수를 도와줬다고 한다, (조 고용지원관이)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내 일처럼 알려줘 너무 고마웠던 것 같다”고 썼다. ‘칭찬합시다’에는 이런 실업급여에 관한 감사글이 지난달에만 15건 게시됐다.


작년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7년 만에 30%를 넘었다. 재취업률이 올랐다는 의미는 실업급여를 통해 구직을 돕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기존 보다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에 휩싸인 실업급여 개편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7일 실업급여 운영 부처인 고용부에 따르면 작년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30.3%를 기록했다. 재취업률이 30%를 넘기는 7년 만이다. 2016년 33.1%까지 올랐던 재취업률은 2019년 25.8%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도 28%로 30%선을 넘지 못했다. 고용부가 작년 1월 재취업률 목표를 30%로 잡을 정도다.


재취업률이 오른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실업급여 수급자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서다. 작년 수급기간 재취업 활동 중 직접 일자리를 찾기 위한 활동 비중은 59.1%로 2022년 42.7% 보다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정부의 노력도 재취업률을 올렸다. 고용부는 대면 상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업급여 신청과 수령 기회를 넓혔다. 동시에 취업지원서비스를 강화해 구직활동을 도왔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낮은 재취업률은 당정이 작년부터 실업급여 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다섯가지 근거 중 하나였다. 나머지 네 가지 근거는 대다수 수급자의 하한액 적용, 해외에 비해 완화된 실업급여 수급기준, 실업급여 반복 수급,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 악화 등이다. 다섯가지 현상은 근로자의 실업급여 의존도를 높여 생계 안정과 구직의욕 고취라는 제도 본래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실업급여 개편의 관건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당정의 개편 방향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낮출지다. 노동계는 하한액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폐지할 경우 실직 기간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반대한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는 2014년 119만명에서 작년 167만명으로 48만명이나 늘었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작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보고서에서 “높은 하한선과 짧은 피보험 단위 기간이 부정 수급과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연결될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부는 실업급여 자체의 축소로 취약 노동자의 상황을 악화할 게 아니라 고용 서비스 투자를 확대해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점차 가입 범위를 확대한 고용보험기금이 적자 상황인데다 반복 수급, 구직 의욕 저하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기자단과 티타임을 열고 “‘재취업률이 30%를 넘었으니 이제 (실업급여 개편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이어질 수 없는 논리”라며 “근로자가 낸 고용보험은 실업 위험으로부터 근로자가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