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송된 신년 특별 대담에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 곳곳을 직접 소개하며 본인의 철학과 고민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지난해 작고한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승부사’ 기질을 숨기고 발언과 행보에 신중을 기하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고민도 숨기지 않았다.
KBS의 이날 특별 대담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현관에서 대담자인 박장범 KBS 앵커를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60번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한 로비를 소개하며 “젊은 기자들을 만나는 게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종일 도어스테핑 기사로 덮이니 각 부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돼 국민 소통에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많아 중단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국무위원들의 보고를 받는 대통령 집무실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 걸린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차트’를 가리키며 “미진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집무실 책상 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팻말이 놓여 있어 박 앵커와 함께 보기도 했다.
특히 집무실에 부친이 50년 동안 사용한 낡은 책장을 가져다 둔 사실을 소개하며 지난해 별세한 아버지 윤 명예교수에 대한 그리움도 드러냈다. 대통령은 국정 철학인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친의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을 직접 꺼내들고 “(아버지가)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시장이 효율적이고 공정한 시장 시스템을 통해야 결국 정의가 실현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국가 원수로서의 고민도 솔직히 얘기했다. 검찰총장 당시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태도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지만 대통령이 된 후 그런 시원한 면모를 볼 수 없다는 평가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하는 것은 시원시원하게 하면 좋을 때도 있지만 울림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들을 얼마나 잘살게 하는지 하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 이런 인상을 (국민들이) 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