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도심 속에 데이터센터들이 더 많이 들어설 것입니다. 도심 속에 거대한 네모난 건축물이 갑자기 들어서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설령 발주처가 데이터센터의 외관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건축가라면 최대한 공공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설계를 총괄한 유남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프로는 앞으로의 데이터센터 설계 전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인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를 설계하며 데이터센터 설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어느새 데이터센터 설계 경력만도 10년이 넘는다.
유 프로는 “앞으로 데이터를 많이 쓰는 챗GPT와 자율주행차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데이터센터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도시에서 먼 외곽에 큰 데이터센터를 짓고 여기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다 보면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는 도심 속에 더 작은 규모의 ‘모듈화 데이터센터’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종종 외국계 회사 고객이 한국의 데이터센터를 보고 ‘이상한 데 돈을 썼다. 너무 껍데기에 돈을 많이 쓴 게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에서 데이터센터 설계를 할 때는 건축가의 이름을 굳이 쓰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도심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가 위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규모도 커서 디자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외관 설계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처럼 덩치가 큰 건물들은 외관이 너무 단순하면 시각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며 “건물 외관을 의도적으로 구분하거나 외부에 사용하는 마감 소재를 다르게 쓰는 방법 등을 고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설계를 위해 건축 지식 외에도 기계와 전기·통신·배터리 등 건축 외적인 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적인 통신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방도 중요한 설계 변수로 떠올랐다. 또 보안이 중요한 만큼 외부의 접근을 막되 서버 설치 차량 등은 쉽게 오갈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 설계도 필요하다. 그는 이 같은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건축정보모델링(BIM)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BIM은 건설공사를 하면서 설계 시공을 디지털 3차원(3D) 모델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부터 비용 추정, 준공 후 모습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데이터센터 설계란 무엇일까. 그는 “기업마다 설계 단계에서 요구하는 조건 등이 모두 다르다”며 “건축주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어 “상업용 데이터센터만을 놓고 봤을 때 가장 좋은 건 결국 공간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설계를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어려워 국내에서는 일부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만 대형 데이터센터 설계를 수주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30년 이상 정부와 은행뿐 아니라 삼성전자·삼성SDS·에퀴닉스 등 다양한 발주처로부터 수주를 받아 업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설계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