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점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이 입을 모아 “올해 2분기”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투자은행들의 금리인하 전망이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이같이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애초 전망은 2~4분기로 다양하게 분포해 있었다.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0곳 중 5곳이 2분기, 3곳이 3분기, 2곳이 4분기 중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들어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고조되면서 10곳 중 2곳이 1분기, 7곳이 2분기, 1곳이 3분기로 전망이 수정했다. 4분기 전망은 사라졌다.
지난 FOMC 직후인 이달 초부터는 1분기와 3분기 전망도 사라지고 2분기만 남았다. 투자은행 10곳이 만장일치로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달 새 금리인하 시점에 관한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이는 FOMC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 완화 지속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는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영향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 회의 때까지 3월을 금리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의 확신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지표에 반영된 올해 말 미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치도 4.18%로, 한 달 전의 3.95%보다 높아졌다.
연준 위원들도 연일 파월 지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매우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시점에서 정책변화의 실익을 따져보면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연준 이사회 합류 후 첫 공개 발언에 나선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도 이날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안정적으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물가와 고용 2개 목표 중 물가에 집중하는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연준이 2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시장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경총 주최 행사에서 "미국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