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의지에도 커지는 위약금 우려

인수불발시 US스틸에 위약금 7500억원
美 정부 반대로 무산돼도 지불 의무 있어
미국 대선 맞물려 결정시점 등 불확실성↑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AP연합뉴스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 계획이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협상 불발 시 물어야 할 거액의 위약금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내며 이 문제를 선거 이슈화하고 있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종 결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 불발 시 US스틸에 5억 6500만 달러(약 75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현재 이 인수 건은 미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CFIUS는 자국 기업이 외국에 매각될 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으면 검토를 거쳐 대통령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미국철강노동조합(USW)과 정치권 일부에서 나오던 반대 목소리는 최근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인수를 무조건 저지하겠다”고 공개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커졌다. US스틸이 공장을 둔 중서부 미시간주와 동부 펜실베니아주가 이번 대선의 격전지는 점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이들 주가 속한 일명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캐스팅보트였고, 직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안보상의 관점에서 인수를 심사하겠다’던 바이든 통령이 최근 USW 회장에게 ‘(인수 반대) 지지를 약속했다’는 보도도 나오며 결론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철강 대기업 US스틸/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결정에 따른 인수 불발이라고 해도 일본제철의 위약금 지불은 불가피하다. 이 위약금은 일명 역 해지 수수료(Reverse Termination Fee)로 주로 독점금지 위험이 수반되는 거래가 완료되지 않으면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줘야 하는 돈이다. 판매자가 다른 경쟁 제안을 수락하기 위해 거래를 종료할 때 내는 해지 수수료(Termination Fee)와 구분된다. 일본 TMI종합법률사무소의 이와쿠라 마사카즈 변호사는 “RTF는 중국 당국의 거부로 많은 (인수합병) 안건이 깨진 2010년대 이후 미국 M&A 90%에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의 거래에도 RTF 조항이 포함됐다. 협상 과정에서 US스틸이 자산 사정을 비롯한 기밀을 공개한 상태고, 불발 후 다시 매수 희망자를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장에서는 인수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RTF 지급 시 주식 가치 훼손도 불가피하다. 위약금을 일본제철 총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80엔으로 이번 분기 1주당 예상 이익(510엔)을 고려할 때 작은 금액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노조로부터의 반대는 사전교섭의 부족”이라며 “거액의 위약금 설정은 경영진의 센스를 의심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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