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오히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국의 엄포로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며 소비를 장려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며 내수 침체가 고착화하고 있다. 7일 증시 불안의 책임을 물어 감독 당국 수장을 전격 교체한 만큼 춘제(중국 음력설) 이후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 전월(-0.3%)과 예상치(-0.5%)를 모두 크게 밑돌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소비 침체가 심화하는 형국이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 0.3% 하락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 0.1% 상승하며 반등했으나 10월부터 다시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심각한 경제난에 중국인들은 이달 최대 성수기인 춘제 연휴를 앞두고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적으로 식품 가격이 5.9%나 떨어졌다. 특히 중국인의 최고 기호식품인 돼지고기 값이 17.3%나 급락했고 신선채소와 신선과일 가격도 각각 12.7%, 9.1% 하락했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지난해 춘제가 1월에 있었고 (코로나19) 방역 기간 이후 수요가 늘어나 비교 기저가 높아진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CPI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전달(-2.7%)보다 내림 폭이 줄었지만 2022년 10월(-1.3%)부터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다. 저축을 늘리며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중국인들이 예금을 늘리며 전체 예금 규모는 전년 대비 16조 7000억 위안(약 3076조 원)이나 증가했다.
한편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10~17일) 직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이 이달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으나 LPR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동결한 만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증시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부양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