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소년이 나이 속여 술 마시고 신고 영업정지…그야말로 사기꾼이 설치는 나라"

10차 소상공인·자영업자 민생토론회
청소년 고의적 기망행위 즉각 대책 마련 지시
尹 "법령 개정 안해도 당장 지자체 공문 보내 조치"
"검경에 문제 의존 말라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8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을 찾아 전 가게에서 박행복 사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청소년이 나이를 속여 술을 마시고 이를 신고해 행정처분으로 (가게 주인이) 영업정지를 당하게 하는 나라는 정의로운게 아니다. 그야말로 사기꾼이 설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사례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 구제와 관련해 “법령 개정을 안 해도 지금 할 수 있다”며 “법령 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당장 지자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서 바로 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둔 8일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가진 10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청소년에게 속아 술을 판매했다 영업 정지를 당한 자영업자들의 제도 개선 호소가 이어지자 즉각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법이라는 게 형식적으로 집행하면 사람을 죽인다”며 “나쁜 뜻으로 그렇게 해도 꼼짝없이 당하는 게 한국의 법 집행 현실이라면 나라가 정의로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옆에 있는 경쟁 가게가 영업정지를 먹어야 장사가 되겠다 해서 청년들 용돈 좀 주고 나쁜 뜻을 가지고 했다고 가정하면 꼼짝없이 당하는게 한국의 법 집행”이라며 “그야말로 깡패와 사기꾼이 설치는 나라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또 신고를 악용하는 미성년자를 겨냥해 “술 먹은 사람이 돈도 안 내고 신고했다는 것은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 사회”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내가, 내 가족이 이런 사업을 한다 생각하고 법 집행에 임해주고 잘못된 건 즉각 즉각 개선을 해야 한다”며 “신고한 사람이 공무원 상대로 진정을 넣어서 영업정지를 안 하면 나도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면피성 처신하면 억울한 사람 생기고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민생 토론회에 참석한 자영업자들 역시 호소를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해도 바쁜 시간에 작정하고 속이는 경우에는 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장 차림에 고가의 핸드백을 착용하고, 테이블에 담배까지 올려놓았던 미성년자 손님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영업정지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제가 온전히 피해를 감당해야 하니 잠도 못 자고 우울증까지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오이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장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 딸이 마스크와 모자를 쓴 청소년에 담배를 하나 팔았는데, 딸은 벌금 60만원을 내고 저는 한 달 동안 영업 정지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최종동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사장님이 성실하게 신분증을 확인한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행정 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1차 적발 시 영업정지도 2개월에서 7일로 개선해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예고에 없던 질문을 통해 “검·경에 고발이 돼도 먼저 행정처분이 나가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런 경우 통상적으로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고 윤 대통령은 “검경에 문제를 의존하지 말고요. 그것은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목소리를 키우며 관계 기관에 즉각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법령 개정을 안 해도 지금 할 수 있다”며 “법령 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당장 지자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서 바로 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중기부 장관도 식약처장과 논의해서 광역단체장들에게 전부 연락해 기초단체가 이런 행정처분을 못 하게 즉시 조치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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