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무역 확 줄인 한미일…美는 최대 수입국 21년만에 멕시코로

■미중갈등 5년 무역질서 재편
美주도 '디리스킹' 우방국 참여 확산
日도 지난해 中대신 美로 최대 수출
韓은 한중수교 이후 첫 對中 적자
中, 관세 피하려 3국에 기지 이전
인위적 위안화 평가절하 나설 수도

중국 동북부 보하이만 연안에 있는 텐진항의 전경. 미중갈등이 5년을 넘어가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 등 미국 우방국들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5년 이상 이어지면서 글로벌 무역의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미국 우방 국가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중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브라질·러시아와의 무역을 늘리고 있다. 진영 간 무역 단절 양상이 심화할수록 교역 비용이 늘어나 각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대중 강경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멕시코 수입액은 4756억 달러를 기록해 중국 수입액(4272억 달러)을 넘어섰다. 미국의 멕시코 수입액이 중국 수입액을 앞선 것은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중국산 스마트폰 수입량은 2023년 11월까지 약 10% 감소한 반면 인도산 스마트폰 수입량은 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노트북 수입량은 30% 줄었지만 베트남 노트북 수입은 4배 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관세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추가하면서 미중 갈등의 진폭은 미국 우호국들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일본 역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지난해는 미국이 4년 만에 중국을 제쳤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은 113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109억 달러)를 추월했다. 월간 기준으로 미국이 2003년 6월 이후 20여 년 만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회복한 셈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180억 달러 적자를 보면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질적으로도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중국과의 거래 비중을 낮추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대중국 수출 규모가 기존 1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독일의 중국산 수입도 13% 감소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19년 주요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수용했다가 지난해 12월 이를 번복하고 참여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일대일로 참여 이후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 적자가 40%가량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2019년 약 130억 유로에서 2022년 165억 유로로 증가했지만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이 같은 기간 317억 유로에서 575억 유로로 더 가파르게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우방국들이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전략을 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미국 진영과 중국은) 디커플링하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무역의 흐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한국을 주목했다. NYT는 “SK와 LG·삼성·현대차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 생산 시설을 갖추면서 자국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무역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우방국들의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지 경로가 중국에서 제3국으로 변경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까지 미국의 베트남산 노트북PC 수입액은 8억 달러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베트남이 중국에서 수입한 노트북 PC 부품 규모도 8억 달러 늘어났다. 맥킨지는 “부가가치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수입 규모는 그렇게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관세 등을 회피하기 위해 제3국으로의 생산지 이전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인도를 새 휴대폰 생산기지로 만들려고 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한국·모로코 등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3세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SJ는 “미국에 대한 수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하를 통해 중국산 관세가 오르지 않는 국가에 대한 수출을 장려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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