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야, 잘 다녀올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를 찾은 김정희(35) 씨는 두 살된 반려견에게 아쉬운 듯 손을 흔들었다. 김 씨 가족은 9일 시작되는 설 연휴를 맞아 구청이 운영하는 ‘설 연휴 반려견 돌봄쉼터’에 리코를 맡겼다. 김 씨는 “설 연휴에 도로가 막히면서 이동하는 내내 리코도 힘들고, 저도 아이와 함께 강아지를 돌보기가 쉽지 않다 보니 돌봄쉼터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지자체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1300만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주민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 반려동물 유기를 사전 예방하려는 취지에서다.
통상 설·추석 연휴는 반려동물 유기 건수가 증가하는 시기다. 지난해에만 전체의 30.3%를 차지하는 3만 3577마리가 설(1~2월), 추석(9~10월) 기간에 버려졌다.
동물자유연대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간 유기동물 발생 건수는 2021년 11만 6984마리, 2022년 11만 2226마리, 2023년 11만 690마리로 점차 줄어들었다. 다만 설 연휴가 있는 1~2월을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만 4953마리(12.9%)에서 1만 3899마리(12.4%)로 줄었다가 지난해 1만 4658마리(13.2%)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려인들이 연휴 동안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서 돌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서초구는 2019년 설을 시작으로 명절과 여름 연휴마다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 비용 5000원을 지불하면 경험이 풍부한 펫시터들이 돌봄쉼터에 상주하며 반려견의 상태를 순찰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24시간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 1·2층을 합쳐 80평의 독립된 공간에서 기존 센터에 머무르던 유기견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반려견의 스트레스도 덜하다. 올해 설 연휴에는 총 여덟 마리의 반려견이 쉼터를 이용할 예정이다.
5개월 이상 중소형(10㎏ 이하) 반려견을 기르는 서초구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유기견을 입양한 경우 1순위 신청 대상이 된다.
유하나 서초동물사랑센터장은 “휴가 기간이 긴 여름에는 20일 이상 운영하면서 반려동물을 돌보고 있어 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난 상태”라면서 “쉼터 운영 기간에 맞춰 휴가를 떠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쉼터에 머무르는 동안 센터 선생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리코 사진을 올려주셔서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서초구 이외에도 서울의 다른 지자체들도 설 연휴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한다. 노원구는 6개월 이상 8㎏ 이하 소형견을 기르는 노원구민을 대상으로 노원구청 대강당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남구는 관내에서 5개월 이상 중소형 반려견을 기르는 100가구를 선정해 지정 동물 위탁 관리 업체와 연결한다. 서대문구·성북구는 취약 계층 구민을 대상으로 ‘우리 동네 펫 위탁소’ 이용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