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명품백 입장에 둘로 나뉜 與…정쟁화 나선 野

한동훈 "尹, 재발방지 등 진솔한 입장 전해"
"정치 공작 맞다…리크스 프레임 공감안해"
김경율 "아쉽다"…수도권 의원들 "선거 악재"
민주당 "빈껍데기 대담…국민·법 위에 군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특별 대담 가운데 핵심 사안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의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은 “의구심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는 “국민의 기대감에 못 미친다”는 우려감이 팽배했다. 야당은 맹탕 대담이라고 규정하고 정쟁화 시도에 나섰다. “자기 합리화로 끝낸 빈껍데기 대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윤 대통령의 대담을 ‘설 밥상머리 민심’ 화두로 끌어올리겠다고 맞섰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내부에서는 전날 진행된 윤 대통령의 대담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일각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보여 내부 반응이 갈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열린 연탄 나눔 봉사 활동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적 걱정이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재발 방지책도 말했고 대통령실에서도 추가적인 시스템 보완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몰카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맞지 않느냐”고 호응했다. 당 차원에서의 ‘김건희 리스크’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슨 리스크라고 프레임을 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반면 명시적인 사과·유감 표현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당내 여론도 만만찮다. 해당 사안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해온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계속 ‘아쉽습니다’ 했는데 저도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겠다. 아쉽습니다”고 말했다.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안 하느니만 못한 대담을 해서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거듭되는 실정과 잘못에도 반성 한마디 없이 변명으로 시작해 자기 합리화로 끝낸 빈껍데기 대담”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명품 백을 명품 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앵커, 뇌물성 명품 백 불법 수수 문제를 아쉽다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며 윤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한 KBS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대통령실을 몰아세웠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이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데 대해 “앞으로도 김 여사 활동에 대해 아무런 공적 기록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며 “유감 표명이 없었다는 부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이후 민심의 추이를 파악하는 동시에 설 연휴 기간 각 지역 주민들의 흐름이 어떤 동요를 보이는지 파악해 ‘김건희특검법’을 포함한 쌍특검 재표결 시점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연장선으로 12일 홍 원내대표가 설 민심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