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조원부터 채용하라"…강남 공사장서 또 '갑질시위'

◆ 다시 고개드는 '건폭'
양대노총 방배동 재개발 구역서 연달아 시위
노조간 고용 점유율 놓고 알력다툼
강력단속에도 구속 적어 집회 부활
"행정처분 이상 대책 필요" 목소리

최근 양대노총이 자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재개발 건설 현장. 장형임기자





최근 양대노총이 자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개발 건설 현장. 장형임기자

지난해 정부가 ‘건폭(건설 현장 폭력) 근절’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자 잠잠해졌던 건설노동자노동조합의 집회·시위가 최근 다시 활발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서로 소속 노총 직원을 밀어넣기 위해 번갈아가며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건폭 단속 정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추가 보완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한 주택 재건축 사업지에서 하루 만에 두 차례 건설노조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곳은 현재 서울 내에서 타워크레인이 가장 많이 동원되고 있는 3080가구 규모의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이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건설 현장에 도착한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산하의 타워크레인 노조원 5명은 확성기를 사용해 자노조원의 복직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같은 시간 해당 사업지의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본사에도 같은 노조원 50~60명이 도착해 “하청 업체에 대한 인사권 개입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오후 1시께 건설 현장에 합류해 추가적인 시위를 진행한 뒤 오후 4시께 해산했다. 해당 집회에는 방배서 소속 경찰 13명과 기동대 4개 대대가 투입됐다. 당시 집회 현장을 목격한 경비원 A 씨는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확성기를 틀면서 요란하게 집회가 이뤄진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현장에서 근무한 지 10개월이 넘어가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측은 “우리보다 앞서 민주노총이 1월에 집회를 벌인 결과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자노조원이 일방적으로 이동 조치를 당했다”면서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설 연휴가 끝난 후에도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파주, 이천 백사아파트 현장 등에서도 올해 들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협상 과정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회가 진행되다 보니 매우 곤란한 입장”이라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처럼 ‘건폭 단속’으로 인해 위축됐던 건설 노조 측의 목소리는 최근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노총 측은 “사실 정부의 특별 단속으로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수사망에 올랐지만 막상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분명한 혐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부분의 사건이 정체됨에 따라 노조 측에서도 ‘경찰 수사를 받더라도 실질적인 타격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측에서 과거와 유사한 ‘채용 강요’ 시위를 점차 부활시키고 있고 이에 대응해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일명 ‘건폭과의 전쟁’으로 불리는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12월 8일부터 지난해 8월 14일까지 단속을 벌인 결과 총 4892명이 입건·송치됐다. 다만 이 중 실제로 구속된 인원은 지난해 11월 10일 기준 148명에 그쳤다.


이에 무분별한 행정 처분을 넘어 건설 현장의 마비를 막기 위한 보완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건설 현장의 불법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하도급 구조 등 실제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불합리한 행태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건설 분야의 인력 수급 문제나 노무비 책정, 건자재 단가 책정 등을 건설노조 측과 협의해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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