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84%오르고, 광어 30%내리고…'이것' 때문이었다고?[똑똑!스마슈머]

지난 여름 이상 기후 탓에
단감·감귤·딸기 가격 상승
사과·배는 안정세로 진입
광어는 뜻밖 수혜…30%↓

서울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시민이 제수용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감, 딸기, 감귤, 멸치, 광어….’


지난해 장마나 폭염을 비롯한 날씨 탓에 지금까지도 값이 요동치고 있는 식재료 품목들이다.


기후 현상이 식재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계속된 고온과 폭우는 수개월째 과일 몸값을 올리고 있다. 반면 광어(넙치)처럼 달라진 환경이 도리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경우도 생겼다.


단감·감귤·딸기 가격 최대 84%까지 올라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상당수 과일의 시세가 이상 기후 현상의 영향을 받아 예년보다 높은 선에서 형성됐다.


전날 단감(10개)의 가격은 1년 전보다 84% 오른 2만139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9월까지 이어진 장마와 고온 탓에 탄저병이 창궐하면서다. 농업 현장에선 지난해 단감 생산량이 2022년보다 30%가량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기간 작황이 부진했던 감귤 값도 5879원으로 68% 뛰었다. 주산지 중 하나인 제주도는 생육기에 고온과 폭염·폭우가 잇따랐다. 수확기엔 폭설과 산발적 한파의 영향권 내에 드는 악재도 겹쳤다.


생산량이 소폭 감소한 탓에 저렴한 노지 물량은 평년 대비 2~3주 빠르게 소진됐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현재는 값비싼 하우스 감귤이 시중에 풀려 있다. 사과·단감·딸기를 비롯한 다른 과일 시세가 먼저 오르면서 대체품인 귤에 수요가 몰린 점도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다.



충남 논산의 한 농장에서 수확한 딸기 품종 ‘킹스베리’가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사진=황동건 기자

딸기는 1년 전보다 37% 높은 2354원에 판매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종을 밭에 내어 제대로 심는 8~9월께 찾아온 폭우와 폭염 등 이상 기후가 악재였다. 한창 물량이 쏟아지는 겨울철에도 불규칙한 기온으로 성장이 지연됐다. 평년 대비 유류비 부담이 늘어나 농가에서도 필요한 만큼 보일러 가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고급 과일의 대명사 격인 샤인머스켓은 재배 면적이 늘어나며 떨어졌던 가격이 최근 다시 올랐다. 지난해 말까지 판매량이 증가해 저장분이 감소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3만5000원선이었던 평년 가격은 지난해 초 2만3147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금은 2만8037원까지 다시 상승했다.


사과·배는 안정세 접어들어


충남 예산군 신암면의 한 농장에 사과가 달려 있다. 연합뉴스

고점을 찍은 사과(후지) 가격은 안정되는 추세다. 1년 전에는 2만2894원이었던 값이 1개월 전 2만8862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2만5243원까지 내려왔다.


사과 농가는 지난해 내도록 고초를 겪었다. 개화기인 4월엔 냉해를 입었고, 8~9월엔 태풍으로 인한 낙과도 겪었다. 수확기인 10월께 확산된 탄저병은 ‘확인 사살’ 격이었다.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하면서 앞서 시세가 급등한 바 있다.


는 1년 전과 3%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3만679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몸값이 3만3642원에 달하는 ‘귀하신 몸’이었다.


멸치 값도 급등...자연산 광어는 뜻밖 수혜

생산량이 기후의 영향을 받는 건 과일 뿐만이 아니다. 국내 해안의 수온 상승은 멸치를 비롯한 수산물 조업량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까지 국물용 멸치 값은 전년보다 20~40% 높은 선에서 형성됐다. 남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급증한 정어리가 멸치를 잡아먹기 시작해서다. 태풍과 집중 호우로 인해 조업일수도 평소보다 떨어졌다.


최근 몇년 새 국내 멸치 어획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21만6000톤에 달했던 전국 멸치 어획량은 지난해 14만8000톤으로 급감했다. 경남 지역을 비롯해 주산지인 남해안 일대의 조업량 타격이 특히 컸다.


멸치는 금어기가 끝나고 겨울로 진입하면서 크고 살이 오른 중멸과 대멸이 잡힌다. 이 주기가 깨진 탓에 한동안 국물용 멸치 감소세가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까지 늘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멸치는 더 줄었다. 해외 시장에서 비중이 큰 일본산 멸치 조업량이 먼저 나빠지면서 반사적으로 한국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 수산시장에서 광어(넙치)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반면 뜻밖에 수온 상승의 수혜를 입은 어종도 있다. 자연산 광어가 대표적이다. 주요 산지로 꼽히는 서해안 서천과 보령의 경우 경매 시세가 평년 대비 약 30% 가량 하락한 분위기다.


올 겨울 추위가 덜하자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산 광어는 평년보다 한달 이상 빠르게 출하됐다. 공급량이 늘어난 양식 광어도 전월과 비교해 1000원 가량 덩달아 값싸졌다. 다만 관련업계는 일시적인 공급량 증가인 만큼 곧 평년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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