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 끝에…젤렌스키, ‘국민영웅’ 총사령관 경질

신임 사령관에 ‘키이우 방어’ 전담해온 시르스키
“전쟁중 상당한 정치적 위험”…작전차질 우려도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간 불화설에 휩싸였던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을 8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큰 지도부 개편이다. 작년 하반기 반격 실패로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미국 의회 분열로 추가 군사 지원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도층 내 갈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만나 2년간 우크라이나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요구하는 혁신과 누가 군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지금이 바로 혁신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루즈니 장군에게 팀의 일원으로 남아달라고 요청했다”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새 총사령관으로는 지상군 사령관으로서 수도 키이우 방어를 전담해온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장군이 임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에는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과 2024년의 임무는 다르며 모두 다 새 현실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 해임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외신에 보도됐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이끌며 대러 항전을 지휘한 인물이다. 특히 전쟁 초기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물리치고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약 절반을 되찾으면 국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사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견을 밝히며 갈등을 빚어왔다.


50만 명 규모의 추가 병력 동원을 둘러싼 대립과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미국 등 서방과 몰래 휴전 논의를 하다가 들통난 것이 해임 사유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신뢰도는 88%에 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62%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통에 군 고위 지도부 해임 결정은 작전계획 차질 등의 위험을 초래한다”며 “우크라이나에는 일반참모직을 맡을 고위 사령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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