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 관련 기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한 형사 기소를 면했지만, 이 사건을 수사해온 특별검사가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그의 기억력 쇠퇴를 거론해 재선 도전 과정에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CNN 등에 따르면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이 되기 전 민간인 시절 기밀자료를 고의로 보관하고 공개했음이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도 아프가니스탄 군사 외교 정책 등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문서를 사적으로 보관하고 외부(대필 작가 등)에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에 기소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을 언급했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하더라도 배심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법을 어겼다기보다 실수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측은하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할 수 있고, 배심원단이 그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즉각 반환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불기소 이유로 언급했으나, 기억력과 관련한 논란이 정치적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일부 표현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준 선물 같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도 바로 성명을 내고 “재판받기에 너무 늙었다면 대통령이 되기에도 너무 늙었다”고 주장했다.
1942년에 태어나 올해 81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크고 작은 말실수를 해서 구설에 올랐고, 특히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이후엔 '인지 능력 우려' 논란에 휘말려왔다.
공교롭게도 특검 보고서 발표된 이번 주에 말실수가 많았는데 지난 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혼동해 발언했고 6일에는 연설 중 하마스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의 보고서에 강력히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검이 기밀 고의 유출·보관 혐의와 관련해 제기한 증거들이 상충한다면서 오히려 자신이 고의로 기밀을 유출해 보유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밀 정보를 내 대필작가와 공유하지 않았다"며 특검의 발표를 정면 부인했다. 또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특검의 지적에 대해서도 "내 기억력은 괜찮다(fine)"면서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언급하면서 뇌암으로 사망한 아들 보 바이든의 사망 날짜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냐"라며 "메모리얼데이(현충일)마다 우리는 친구와 가족,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그를 추모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