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투자 곳간 푸는 엔비디아…AI시대 독주 굳히나

AI 반도체 1위 엔비디아 38건 벤처 투자 나서
MS·메타 등 ‘빅테크’ 투자 감소 추세와 대비
매출 등 실적 및 주가 상승에 투자 여력도 ‘업’
초기 기업 투자로 엔비디아 생태계 구축도 탄탄
ARM 인수 무산으로 대형 M&A 쉽지 않아 분석도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아마존 시총 넘을지 관심

엔비디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공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이 다소 둔해진 양상과 달리 엔비디아는 지난해 벤처 투자 참여 건수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 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1위 AI 반도체 기업이 유망 AI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생태계가 더 단단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시장에서는 대형 투자 기관들이 이 같은 상황 등을 근거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지난 1년 간 주가가 약 3배나 뛴 엔비디아가 미국 최대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자료=S&P글로벌

◇엔비디아, 벤처 스타로 떠오르다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총 38개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 2022년에는 단 10건에 그쳤다. 단순하개 숫자를 비교하면 증가율은 28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같은 투자에 총 얼마를 쏟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 1~9월 엔비디아가 비계열사 투자에 쓴 금액이 총 8억 7200만 달러(약 1조 1630억 원)로 연간으로 합할 경우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요 테크 기업들이 최근 투자를 줄여 나가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실제 알파벳의 경우 펀딩 라운드 참여 횟수가 2022년 154개에서 2023년 96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MS 역시 이 기간 동안 투자 횟수는 57건에서 39건으로 조정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메타는 창업 지원(벤처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중단했고 소프트뱅크와 텐센트홀딩스처럼 기업 벤처의 선두주자였던 곳들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면서 “투자를 늘린 곳은 IBM과 아마존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투자가 2023년 거의 세 배가 증가한 엔비디아는 2024년 현재까지도 3개 투자를 발표해 속도를 늦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압도적 시장 장악...매출·현금창출력 ‘쑥’


엔비디아가 활발하게 벤처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기본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가 지난해 1~9월 올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5% 늘어난 388억 달러(약 51조 7400억 원)디. 이 기간 순이익은 30억 달러에서 175억 달러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현금성 자산도 약 183억 달러에 이른다. AI 반도체 시장 중 약 70%를 점유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토대로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 ‘딥러닝’인데 이 때 엔비디아의 GPU가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수익 중 상당 부분이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한 것으로 추정돼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인 길 루리아는 엔비디아의 지난해 반기 매출 중 MS와 메타의 주문이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두고 “지난해 생성형 AI 열풍은 빅테크 기업들이 얼마나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엔비디아가 개발한 특별한 종류의 칩 없이는 챗봇과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구글, 아마존 등이 AI 반도체 자생에 나서려고 하지만 단기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의 칩 개발을 총괄하는 데이브 브라운씨는 “엔비디아는 훌륭한 칩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놀라운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고객이 새로운 종류의 칩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투자 왜?


엔비디아의 벤처 투자는 AI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엔비디아의 지난해 투자 중 AI 인프라를 다루는 기업이 11개를 차지하며 생성형 AI 개발 업체도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프랑스의 미스트랄 AI(Mistral AI) 등이 엔비디아가 낙점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이런 AI 기업을 선별 지원해 엔비디아의 기술 쓰임새를 더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엔비디아 생태계 확장을 위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는 의미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 실패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앞서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 ARM을 660억 달러(당시 약 80조 원)를 지급하고 인수하려 했지만 최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독과점 우려 및 업계 반발 등에 부딪히며 결국 무산됐다. 이에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벤처 투자로 시선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말 컨퍼런스 콜에서 엔비디아 CFO인 콜레트 크레스는 “2019년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M&A 환경이 바뀌었다”면서 “더 작은 회사 엔비디아에 독특한 매력을 더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파이낸셜타임즈


◇엔비디아, 아마존·구글 시총도 넘본다


엔비디아는 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면서 실적 및 주가도 ‘전성기’에 접어든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022년 146.14달러로 한 해를 끝냈던 엔비디아는 2023년 495.2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연간 약 240%에 이르는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700달러 선까지 도달해 연초 이후 상승률이 44.58%(2월 8일 기준)에 달한다. 이에 앞으로 어디까지 엔비디아의 주가가 올라갈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에서 여러 관측들이 나온다. 너무 가파르게 오른 주가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주가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GPU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750달러로 높이는 의견을 내놨다. 이 같은 낙관론에 힘입은 엔비디아가 아마존 시총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1조 7200억 달러(9일 기준)로 전 세계 시가총액 6위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약 1조 7600억 달러의 세계 5위 아마존의 턱 끝까지 쫓아온 수준이다. 이에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역전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현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1조 8200억원의 시총인 알파벳도 위협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는 1등인 MS 뒤로 애플-아람코-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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