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데뷔 10년차, 더 성장할 욕심·믿음 생겼죠" [인터뷰]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주연 배우 김혜준
액션 연기 위해 4개월 동안 액션스쿨 다녀
"연달아 장르물 출연, 이제는 로코하고파"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동안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분위기를 보여줬던 배우 김혜준 또 다른 장르물 '킬러들의 쇼핑몰'로 돌아왔다. 액션스쿨을 다니고 액션 연기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극본·연출 이권)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다.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한다. 김혜준이 연기한 지안은 부모를 잃고 비밀리에 킬러들을 위한 쇼핑몰을 운영하는 삼촌 진만의 밑에서 자란다. 진만은 자신이 죽은 이후 지안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을 직감하고, 그를 훈련시킨다.


김혜준은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tvN '구경이', 디즈니+ '커넥트'까지 연달아 장르물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제는 피가 나오는 작품은 피하고 싶다"던 그가 또 다시 장르물인 '킬러들의 쇼핑몰'에 출연한 건 대본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을 처음 제안받은 건 오래 전이에요. 그때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때였죠. 이 작품은 제목부터 피 냄새가 진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고사했습니다. 당시 스케줄이 맞지 않기도 했고요. 그런데 '커넥트'를 끝내고 나니 또 제안이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대본을 제대로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재밌으면 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바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두 번이나 제안을 주신 건 '킹덤'에서 제 서늘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라고 해요. 그런 부분들에서 지안이를 봐주시지 않았을까요?"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김혜준은 제대로 지안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김혜준이 본 지안은 삼촌에 의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주입당하고, 스스로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지안은 정말 평범해 보이지만, 과감한 선택을 해요. '이게 말이 돼?' 싶을 정도로요. 평범함 안에 특별함을 갖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죠. 과감한 선택을 할 때 눈빛과 호흡 등이 달라지는 걸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런 지안을 보여주는 소재는 새총이에요. 새총은 무기로 보면 무시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은근히 위협적이고 강력한 무기예요. 쇠구슬을 넣고 던지면 나무도 뚫어요. 보잘 것 없고, 약해보이는 외관이지만 알고 보면 위력을 갖고 있는 게 지안과 닮아 있습니다."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외적으로도 변신을 꾀했다. 지안이 무에타이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거슬리는 머리를 짧게 자르는 설정을 넣었다. 단발로 변신하는 건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김혜준 역시 다부져 보이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고,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또 지안은 대부분 민낯으로 등장하는데, 이 점도 지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맑은 느낌의 얼굴이 지안과 맞닿아 있다.


"의상도 신경썼어요. 작품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기에 그 하루 입는 메인 의상이 중요했죠. 이 작품을 생각했을 때 지안의 옷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여러 가지를 입어보다가 강렬한 초록색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트레이닝복을 선택했습니다. 강단 있어 보이지 않나요?"


김혜준은 '킬러들의 쇼핑몰'을 통해 액션에도 도전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 호기롭게 액션에 도전한 그였지만, 어린 시절 태권도 도장도 다녀보지 않았기에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우선 체력을 높이기 위해 액션스쿨에서 4개월 동안 체력 훈련을 하고 총기도 다뤄봤다. 지안의 기본 무술인 무에타이를 배우기 위해 따로 무에타이 도장을 다녔다고.


"액션을 해보니, 액션을 잘하시는 선배님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몸 쓰는 무술은 물론, 액션 연기는 또 다른 분야더라고요. 몸소 느끼게 됐습니다. 위험한 촬영이 있어서 일정 부분 대역을 썼어요. 한 번은 감독님이 '방금 발차기가 좋았는데, 대역 얼굴이 나와서 고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제 발차기였어요. 그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내가 무술팀 만큼 발차기를 했구나' 싶었죠."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느덧 김혜준은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한 그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제는 조금씩 더 안정된 무언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며,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한 10년이었다고 돌아봤다. 후회 없이 값진 시간이었다.


"배우로서는 융통성이 많이 생겼어요. 현장에서 버티는 힘도 길렀죠. 고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싶은데,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욕심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시간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고, 저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연기를 하면 자기를 돌아보고 끄집어낼 수밖에 없잖아요. 예전에는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줄고 저를 아껴주게 됐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