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도 번진 ELS 공포…증권가는 “반등 어렵다”

미래에셋증권 발행 ELS 57~58% 손실 확정
다른 LG화학 기초 ELS도 원금 손실 공포↑
증권가 목표주가 60만 원…49만 원도 등장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두 달 새 35% ‘뚝’
난관 속 양극재 장기공급계약은 긍정적 평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목형 ELS인 LG화학(051910) 연계 ELS도 60% 가까운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의 주가가 연내 반등에 성공해야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피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증권가는 LG화학의 목표주가와 이익 추정치를 낮추는 등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종목형 ELS까지 덮친 원금손실 공포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이 3년 전 발행한 ‘미래에셋대우 29492회 ELS’가 58.17%의 손실을 기록한 채 이달 5일 투자자들에게 상환됐다. 1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라면 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83억 원만 돌려받는 셈이다. 이 ELS는 LG화학과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으며 총 5억 500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앞서 지난달 22일 만기를 맞은 ‘미래에셋대우 29466회 ELS’ 역시 57.74%의 손실을 냈다. 이 상품도 LG화학과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총 7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두 ELS를 통한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6억 원 남짓이다.


ELS는 보통 만기를 3년으로 발행되는데, 최초 발행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평가를 진행한다. 만약 기초자산의 가격이 기준 이하일 경우 조기 상환은 이뤄지지 않고 6개월 뒤 다시 상환 여부를 따진다. 그런 식으로 통상 3년인 최종 만기까지 상품이 유지될 경우 자산의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해 만기를 맞는 LG화학 기초 ELS 역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발행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LG화학 기초 ELS는 총 28건, 106억 원어치다. 문제는 최근 LG화학의 주가가 ELS가 발행되던 2021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2021년은 LG화학의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 황제주에 등극했던 시기다. 이후에도 LG화학은 70만~80만 원 대의 가격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의 주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38만 3500원까지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NH투자증권(005940)이 발행한 LG화학 기초 21296회차 ELS는 지난달 17일 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 상품뿐 아니라 녹인 진입 구간이 설정된 다른 ELS들 역시 손실 구간 진입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LS는 가입 기간 중 한 번도 손실 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지만 만약 손실 구간까지 자산가치가 떨어졌다면 만기 시 상환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NH투자증권의 상품은 만기인 10월 말까지 주가가 61만 5750원 이상으로 올라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증권 업계의 올해 LG화학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 추이. 사진=에프앤가이드

손실 피하려면 주가 올라야 하지만…증권가 전망은 먹구름


문제는 LG화학의 주가 반등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8일 기준 LG화학에 대한 증권가의 평균 목표주가는 60만 2222원이다. LG화학이 증권가의 추정치만큼 주가가 회복해도 NH투자증권의 ELS에서는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증권가의 목표주가 하향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도 LG화학 주가에는 부담이다. 지난달 4분기 LG화학 실적이 발표된 이후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17개 증권사 중 14개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메리츠증권은 49만 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도 했으며 목표주가 상단은 67만 원까지 내려왔다.


증권가가 LG화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잡은 것은 화학 업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LG화학의 이익이 꾸준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LG화학이 올해 4조 839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눈높이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월 4조 575억 원을 거쳐 현재는 3조 1575억 원까지 내려왔다. 두 달 새 이익 추정치가 34.7%나 하락한 셈이다.


이에 대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석유화학 부문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LG화학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라며 “3대 성장동력원을 위한 투자는 지속돼 이를 위한 선제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지만 동사가 제시한 재원확보 우선순위는 재무구조를 훼손하는 방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성장성을 입증하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제 LG화학은 이달 7일 제네럴모터스와 전기차용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24조 7492억 원이며 이 계약을 통해 2035년 12월까지 양극재를 공급하게 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성장 둔화에도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한 것은 미국 내 최초로 대규모 양극재 생산설비라는 점에 기인한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 내 LG화학의 양극재 점유율 또한 지난해 30%에서 올해 40%까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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