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정지 규칙을 명문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전체 운전자의 58.8%가 아직도 제도 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도로교통법을 둘러싼 운전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시민(운전자 400명·보행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75.3%는 우회전 일시정지 중 뒷차량에게 경적이나 헤드라이트 위협을 받는 등 보복성 행동을 받았다. 그보다 많은 78.3%의 운전자는 일시정지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앞차량의 일시정지로 답답함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일시정지에 대해 앞차량과 뒷차량 운전자 간 인식차가 발생하는 상황이 빈번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회전 일시정지가 지켜지지 않은 비율도 높았다. 운전자의 67.5%는 법적으로 일시정지해야 하지만 보행자가 없어 일시정지 없이 우회전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보행자의 71.5%는 우회전 차량으로 보행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우회전 방법의 세부 내용까지 알고 있는 응답자는 극히 드물었다. 경찰 홍보물의 세부 내용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400명의 응답자 중 단 1명(0.3%)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22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늘어나는 우회전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도로횡단 중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2018년 1만 9589명에서 2022년 1만 4010명으로 연평균 7.8% 감소했다. 그러나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8년 4585명에서 2020년 3951명으로 감소했지만, 2022년 4230명으로 증가하는 등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도입된 우회전 일시정지 규칙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보고서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통행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문제이며, 이런 상황에서 제도 변경이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복잡한 정보 제공으로 혼란을 유발하는 스마트 횡단보도가 아닌, 직관적인 우회전 신호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차량 소통을 꾀하자는 취지다.
또 보행자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교통섬을 없애고, 대형차량 사각지대 방지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대안도 덧붙였다. 횡단보도에 높이가 있는 보행자 대기공간인 가칭 ‘세이프티 아일랜드’와 함께, 운전석을 우측으로 옮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누구도 잘 알지도 못하는 일시정지에 집착하고 있다"며 "일시정지가 아닌 운전자 스스로 우회전 시 무조건 서행하는 교통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