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컨테이너선사 HMM의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다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의 자본력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일각에서는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JKL컨소시엄은 지난 7일 새벽 최종 결렬을 발표했다. 계약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 기한을 2주 연장했지만 끝내 합의를 끌어내지 못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림에 대한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이번 매각 무산이 HMM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림이 제시한 6조 4000억 원의 인수 가격 가운데 직접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 6000억 원에 그쳤다. 하림은 나머지 인수 자금을 자회사인 팬오션의 유상증자, JKL파트너스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어 하림이 10조 원에 달하는 HMM 유보금에 손을 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이 보유한 현금은 친환경 선박 등 투자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경우 글로벌 선사 대비 경쟁력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HMM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HD현대, 한화 등 대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인 없는 회사’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당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투자 결정을 하도록 한다면 오너가 있는 선사에 뒤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히려 산업은행, 해진공이 HMM의 든든한 뒷배로 비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 인수가 무산되며 HMM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당장의 심각한 물류마비에 대한 우려도 사라진 상황이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은 인수 매각 무산 당일 까지만 해도 파업을 위한 쟁의권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다만 매각 무산 발표되자 바로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해상노조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 나온 매각 협상 결렬 결정은 대한민국 해운의 명운을 바꾼 결정”이라며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전향적인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편 HMM은 이번 매각 협상 결렬과는 별개로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대주단의 지분 매각 과정과는 별개로 그동안 중장기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해왔다”며 “향후에도 급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 및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