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최남단 라파 타격…하마스 "사망 100명 넘어"

국제사회 반대에도 민간인 공격
바이든과 통화 직후 타격 이뤄져
미-이스라엘 균열 심화 관측도

12일(현지 시간) 특수부대 작전으로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과 루이스 하레를 태운 헬리콥터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역 라마트 간의 셰바의료센터에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마지막 피란처인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최소 10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화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뒤 얼마 안 돼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 균열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를 인용해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던 시간에 공격을 받아 공포에 떨고 있으며 일부는 이스라엘군 병력이 진입해 시가전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 전투기와 전차·선박이 공습에 참여했으며 모스크(이슬람 사원) 두 곳과 주택 여러 채가 공격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따른 사상자 수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를 공격했으며 작전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으나 공격 대상 지역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별도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특수작전을 펼쳐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 때 납치됐던 인질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피랍 128일 만에 구출된 인질은 아르헨티나 이중국적자인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과 노르베르토 루이스 하르(70)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아직 구출하지 못한 134명의 인질이 있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인질 구출 환영 인사를 남기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것만이 모든 인질 석방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를 강제하려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전쟁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 대피와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기 이전에 라파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과 독일·유럽연합(EU) 등도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진행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고 보복전에 나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서 지상 작전을 전개한 뒤 최근에는 최남단 도시 라파로의 진격을 준비했다.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 있는 곳이다. 약 24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 중 절반 이상인 140만 명가량이 이곳으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가 라파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