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받지 못해 전시근로역(전시에만 군사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으로 편입된 이중국적자에게 군 복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국적 선택을 반려한 행정 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본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만큼 병역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국적선택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A 씨는 2017년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3년가량 대기하다가 2021년 결국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A 씨는 이듬해 외국 국적 불행사를 서약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해 출입국청에 신고했으나 반려됐다. 전시근로역 편입은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 씨는 병역 의무를 다하려 했으나 대기 기간이 길어져 전시근로역에 편입됐고, 이는 전시근로 소집이 발령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복무가 종료된 것이라 병역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해 복무를 이행하지 못했고 병역 회피의 우려가 없다”며 “출입국청의 처분은 국가의 병역 자원 배분의 문제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현역병으로 병역 처분 변경을 신청하거나 소집 자원이 적은 타지역 기관을 물색하지 않았다는 출입국청의 주장에는 “스스로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적극적 병역 의무 이행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해서 이를 귀책 사유로 평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