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외교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단품 메뉴'(a la carte) 같은 군사동맹이 아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2일(현지시간) "나토는 '단품 메뉴' 군사 동맹일 수 없고, 미국 대통령 기분에 따라 작동하는 군사동맹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는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중에 나오는 '바보 같은(silly) 아이디어'에 관해 계속 언급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이는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이에 대응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서면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