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생산 혁신'…현대차 울산 생산기지에 5G 특화망 첫 적용

실용화시험국용 주파수 받아
하반기 망구축 완료…연내 美 확장 검토
삼성·LG 등 이음5G 신사업 주목
2030년 54조원으로 시장규모 확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단일 생산기지에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5G) 망이 깔린다. 초고속 네트워크망 구축을 통해 자율이동로봇(AMR), 무인운반차(AGV) 등을 이용한 첨단 생산 기법의 생산성이 대거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005380)는 국내 첫 생산시설 적용에 이어 이르면 하반기에 미국 전기차 공장에도 5G 특화망 도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총괄하는 현대오토에버는 지난달 27일 과기정통부로부터 실용화시험국용 4.7㎓ 이음5G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사업 실증을 목적으로 한 주파수다.


현대차그룹은 아반떼·코나 등을 생산하는 울산 제3공장에 이음5G 통신망을 구축해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 단말·장비 등과의 연결성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사실상 통신 과정에 끊김이 없는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자율이동로봇(AMR)이나 무인운반차(AGV) 등에 초고속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생산과정 전체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울산 공장에 생산시설 중 처음으로 이음5G 망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울산 5개 공장 중 3공장에 우선 적용한 뒤 다른 공장으로의 확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울산공장 이음5G 도입은 대표적인 굴뚝 산업 현장인 자동차 제조업에도 초고속 통신망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빌리티 산업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머신러닝 등 최첨단 신기술의 집약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생산 공정도 최첨단 기법으로 교체되는 중이다.


현대차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등 5G의 특성을 통해 기존 활용하던 AMR·AGV 등의 운용 효율과 범위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음5G는 특정 지역이나 건물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망이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이 5G 주파수를 받아 직접 ‘맞춤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할 수 있다. 전용망인 만큼 이용자 증가에 따른 속도 지연 문제에서 자유롭고 공용 5G 망을 이용하지 않아 보안 등에서도 이점이 크다.


이번 생산라인 적용에 앞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4월 과기정통부에서 이음5G 4.7㎓ 대역 100㎒ 폭을 할당받아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의왕연구소에 인공지능(AI), AM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과 이음5G 망이 융합된 테스트베드를 조성해 실제 생산시설 적용 시 구체적인 생산 효율 향상 등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성공적인 테스트 결과에 따라 전 세계 생산기지에 대한 본격적인 생산 공정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생산시설에서의 성공적인 실증 결과가 도출되면 연말 구축을 마칠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에도 이음5G 망을 깔아 최첨단 생산공정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경

삼성·LG·네이버도 뛰어든 5G 특화망…2030년 54조 시장으로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포스코DX(022100)·LS일렉트릭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이음5G 망 구축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고도성장이 예상되는 5G 특화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구축 등에 활용해 자체 생산성을 대폭 높이려는 구상도 반영돼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5G 특화망 시장은 2022년 16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에서 2030년 410억 달러(약 54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제조 경쟁력 강화가 각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되면서 이음5G의 적용 범위 또한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이음5G를 지정 또는 할당 받아 활용하고 있는 법인·기관은 1월 기준 총 31곳, 56개소에 달한다.


2021년 12월 국내 1호 사업자로 뛰어든 네이버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2021년 신사옥(네이버 1784)에 이음5G 망을 구축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등을 운용하는 등 5G 특화망의 활용 방안을 다방면으로 살피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호반건설과 함께 건설 현장과의 접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수십~수백 대의 로봇·드론·분석 장비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관리하는 노하우를 확보하고 사업화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신사옥(네이버1784)에서 한 직원이 이음5G 특화망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클라우드

LG전자는 5G 특화망 사업을 기존 로봇 사업과 연계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이음5G 주파수를 할당받은 LG전자는 경기 평택의 LG 디지털파크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기술 고도화 검증을 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초 사업 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했는데 5G 특화망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달 28㎓, 4.7㎓ 이음5G 주파수를 지정받고 경기 수원사업장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자체 사내망 등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네트워크사업부의 5G 통신 장비 사업 고도화를 위한 기술 검증에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5G 특화망 전용 장비는 전용 주파수인 28㎓와 4.7㎓를 모두 지원한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신청 절차 간소화, 제도 개선 등으로 이음5G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음5G 제출 서류와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간통신사업 등록 시 외국인 주식 소유 지분 제한을 제외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주파수 신청 절차 및 기술 지원을 위해 찾아가는 사전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간거래(B2B) 중심인 5G 특화망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이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참전이 이어지는 만큼 선단 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