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 어려운 10대…"온라인서 쇼핑, 편의점서 결제"

'편의점 결제 대행' 이용 급증
옷·게임머니·중고거래에 활용
"부모님께 부탁 안해도 돼 편리"
거래액 5년새 5억서 50억대로

GS25에서 10대 소비자가 결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GS25

“세뱃돈 받은 걸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 샀어요. 집 앞 편의점에서 현금 내면 엄마한테 부탁 안 해도 살 수 있거든요.”


중학생 박 모(15) 양은 이번 설에 받은 세뱃돈으로 온라인 쇼핑을 한 뒤 편의점을 찾았다. 결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가 없어 온라인 결제가 어렵자 편의점 결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카드 발급률이 낮은 10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후 ‘카드 결제’ 대신 편의점을 찾아 ‘현금 결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제 대행 서비스’는 출시 첫 해인 2018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5년 새 거래액이 10배나 증가했다.


12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서비스’ 거래액은 2018년 5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5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이용 건수도 급증했다. 출시 첫 해 3만 건에서 작년에는 20만 건으로 뛰었다. 타사도 비슷한 추세다. CU는 지난해 해당 서비스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54.2%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40%, 이마트24는 63% 급증했다.


결제 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구매 후 결제 방식을 ‘편의점 결제’로 선택하면 휴대폰으로 바코드 이미지가 전달된다. 이후 편의점을 찾아 바코드를 찍고 현금을 지불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결제 방식을 무통장 거래로 선택해 현금을 보낼 경우, ATM(현금입출금기)을 이용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100원 단위의 잔돈은 입금이 불가능해 결제 금액보다 많은 돈을 1000원 단위로 입금하고 잔액은 포인트로 적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에이블리의 결제 단계 및 편의점 결제 바코드 화면. 바코드와 수납번호 일부는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 에이블리 캡처

10대는 편의점 결제 대행 서비스를 통해 주로 옷이나 게임머니 등을 구입하거나 중고거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의 제휴사별 사용액 순위는 △에이블리 △엔씨소프트 △케이에스넷 △갤럭시아머니트리 △번개장터 순이었다. 이마트24를 이용한 10대 고객 역시 △에이블리 △번개장터 △스냅스 △지그재그 등에서 거래해 비슷한 쇼핑 패턴을 보였다.


편의점 결제 대행 서비스는 카드 발급률이 낮은 10대 사용자 중 50~60%가 온라인 쇼핑 시 무통장 거래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현행법상 10대는 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구조다. 만 12세 이상이면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이 돼야 비로소 본인 명의의 카드를 직접 만들 수 있지만 스스로 카드를 발급받긴 쉽지 않다. 결국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10대 고객 대부분은 부모 명의의 카드를 빌려 결제하거나 무통장 거래를 이용해왔다.


편의점 결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부모님 눈을 피해 몰래 옷과 게임머니를 구매할 할 수 있다는 점도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부모에게 쇼핑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거나 대리 결제를 부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도 결제 대행 서비스로 여러 이득을 얻고 있다. 먼저 편의점은 결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쇼핑 업체와 수익을 나눈다. 또 이용객의 약 40%가 결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러 편의점을 찾았다가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이경한 GS리테일 서비스상품팀 MD는 “결제 대행 서비스를 최초 론칭 했을 때 10대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을 일찍 파악해 10대들이 자주 찾는 쇼핑몰 중심으로 제휴처를 넓힌 것이 주효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오프라인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