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재선 캠페인을 전격 개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는 바이든 캠프가 10~30대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미국 이용자 수만 1억5000만명에 달하는 틱톡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바이든 행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정부 차원의 사용 금지를 추진했던 서비스에 발을 디딘 자체로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온다.
AP통신·CNN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미 프로풋볼(NFL) 슈퍼볼이 개최된 전날 전격적으로 틱톡 계정을 통해 대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bidenhq’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공개된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슈퍼볼에서 응원할 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는 슈퍼볼에서 격돌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중 누구를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한다. 혼자 자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필라델피아 출신이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재선 캠페인과 관련된 음모론에 대한 장난스러운 언급도 담겨 있다.
바이든 캠프에 따르면 이 영상은 조회수 500만건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의 롭 플래허티는 성명을 내 “단편화·개인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새롭고 혁신적 방법을 찾으려는 헌신이 성공하고 있다는 긍정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모기업인 탓에 중국 정부로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백악관도 연방정부 차원서 사용금지령을 내렸다. 연방정부에서 쓰는 모든 전자기기에서 틱톡 앱이 삭제됐고, 상당수 주정부도 사용을 금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틱톡을 연방 정부 기기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이 정책에서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캠프는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당초 선거운동에 틱톡을 활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뒤집은 것은 젊은 층 유권자를 공략하는 게 절실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BC방송은 “젊은 층 투표율은 최근 몇 년간 바이든과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틱톡은 Z세대 유권자를 동원하는 강력한 도구였다”며 “Z세대의 20%가 틱톡에서 정치적 정보를 얻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밈(Meme·인터넷 유행)에 의지하는 바이든 캠프로서는 틱톡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은 “틱톡을 금지한 인도를 따르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혼재된 메시지에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크 갤러거 중국특위 위원장은 “정말 실망”이라며 “18세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위해 투표하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국가안보가 훨씬 큰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