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3년간 25% 상승에…초고층 재건축 마다하는 조합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 70층 대신 49층 가닥
치솟은 공사비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 커진 탓
신반포18차 재건축 111㎡→97㎡ 줄여도 '12억'
"분담금 부담에 재개발·재건축 중단 잇따를 것"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조감도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초고층 재건축 사업 계획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할 경우 조망권 확보로 인해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아 아파트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들의 분담금 확대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포 주공 6·7단지는 지난해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에 따라 49층 재건축을 타진했지만 기존 안대로 35층 재건축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층수를 높이면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포 주공 6·7단지 조합은 오는 4월을 목표로 35층 설계안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도 지난 3일 ‘층수 결정의 건’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 50층 미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지난달 성수1지구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허가된 지역이다. 그러나 조합은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공사비가 상승하는 데 비해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분양 물량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경우 급증한 공사비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특히 49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법상 초고층 건축 규제를 적용받아 가뜩이나 높은 공사비가 2배 가까이 상승한다”며 “평당 1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착공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도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장은 서울시가 지난해 한강 변 아파트의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면서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층수를 높일수록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사업비가 증가하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 기존 설계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원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건설공사비는 최근 3년 연속 크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말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3.2% 상승했다. 2020년 말(121.80)과 비교하면 3년 새 25.8%나 치솟은 수준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재건축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사업의 경우 현재 전용면적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12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50㎡ 가구가 53㎡로 옮겨갈 경우 6억 3200만 원의 분담금이 부과되며 42㎡로 평형을 줄일 경우에도 3억 1300만 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현재 조합원들은 과도한 분담금을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역시 분담금 확정 안건이 조합원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가구당 분담금이 1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진 가구가 많았던 탓이다. 상계2구역의 2022년 조합원 분양 당시 분양가는 △59㎡ 5억 5000만 원 △84㎡ 7억 7000만 원 수준이었으나 불과 1년여가 지난 뒤 분양가는 각각 6억 8000만 원, 9억 2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만큼 분담금 이슈로 재개발·재건축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